[일제 징용자에 손해배상 판결] 일본내 기업엔 강제력 행사 못해… 한국에 있는 법인에는 집행 가능
입력 2012-05-24 21:43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사건을 재심리하게 될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이 배상액을 확정하면 피해자들은 국내에 진출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한국법인 또는 지사로부터 배상을 받게 된다. 일본에 있는 기업에는 우리나라 법원이 내린 판결이 구속력이 미치지 않지만 한국 내 법인이나 지사는 우리 법원의 판결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우리 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근거로 일본 기업들의 국내 보유 자산을 가압류하는 방법으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배상을 거부하면 우리나라에서의 각종 경제행위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본 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열리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 7월 정부와 전범기업들이 기금 50억 유로(7조4000억원)를 모아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만들어 나치정권에서 강제 징용당했던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최봉태 변호사는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일본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기가 어려운 만큼 일본 기업 측에 피해자 파악과 배상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재단설립을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재판소의 판결에 근거해 손해배상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 태도로 볼 때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피해자 지원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명부를 일본으로부터 넘겨받아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유족 지원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자 측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