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어디로 가나] 새로나기특위 “당 행사서 애국가 부를 것”… 종북 색깔 지우기 본격화

입력 2012-05-24 21:43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박원석 위원장이 “당 공식행사에서 필요하다면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게 일종의 (우리 당) 문화, 관행으로 정착됐는데 국민이 거기에 대해 불편해하고 당의 국가관이 집단적으로 의심받는다면 바꾸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과 새누리당 등이 제기하는) 종북(從北)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이고 정강정책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국민이 보기에 남북관계에 대해 경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만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당 혁신 방향과 관련해 “현명한 민생정당, 다양한 진보의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인 현대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의 가치나 비전, 정책노선 전반에 대해 점검과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김재연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등의 출당 조치로 대표되는 구당권파에 대한 인적 청산은 혁신 비대위가 맡고 진보정당의 이념적, 정치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은 새로나기특위가 주도한다는 게 신당권파의 복안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진보적 가치를 적극 반영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맹목적인 북한 추종 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그가 전날 취임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폐쇄적 진보는 국민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남북관계나 한·미관계에 우리 당이 현실을 모르고 과거의 관점만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그 점을 숙고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3대 세습’이나 핵무기 개발에 대해 ‘내재적 접근’을 빙자해 아무런 비판을 내놓지 않던 구당권파의 종북 성향을 척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의 이러한 혁신 방향에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계와 심상정 전 공동대표, 노회찬 전 대변인의 진보신당 탈당파뿐 아니라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세력도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민주노총이 “혁신할 때까지 지지를 철회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미 구당권파의 종북 성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새로나기특위는 ‘종북’ 대신 노동 성평등 녹색생태 반핵 등 그간 소홀했거나 취약했던 진보적 가치를 당의 비전과 정책 중심에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권파 핵심 당직자는 “지금까지 우리 당은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노선과 공약에서 이들 가치가 뒷전이었다. 진보정당만이 해낼 수 있는 과제와 주장을 정교하게 다듬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정치검찰진보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수색은 위법”이라며 준항고를 제기하기로 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구금·압수 등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법원에 취소를 청구하는 제도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