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진화가 아니라 자유의 욕구… ‘미의 기원’
입력 2012-05-24 18:34
미의 기원/요제프 H. 라이히홀프(열린책들·1만8000원)
오색빛깔의 깃털로 장식된 공작의 아름다운 꽁지깃.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이것을 보고 당혹해 했다.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불필요한 조직이 어떻게 발달할 수 있었나 싶어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란 성(性) 선택이었다. 하지만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 있음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이스라엘 동물생태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핸디캡론을 펼쳤다. 수컷은 자신의 수컷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짊어지게 됐다는 것. 저자는 핸디캡론에 맞서 언뜻 단점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기능이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공작의 꽁지깃은 자신을 잡아채려는 적에게 그것만 떼어줌으로써 나무 위로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이지만 저자는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고 본다. 그리고 환경에서 세차게 떨어져 나올수록, 자유를 많이 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아름다운 것도 적응보다는 자유에의 욕구가 크기 때문이리라.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