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향하는 칸 영화제… ‘두 상수’ 황금종려 품나
입력 2012-05-24 18:06
제6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어떤 작품이 차지하게 될까. 27일(현지시간) 폐막식을 앞두고 영화제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영예의 수상작과 주연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등 ‘두 상수’ 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도 수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칸은 프랑스 남부의 화창한 날씨를 보였던 예년과 달리 거센 바람이 휘몰아친 데다 차가운 비가 20일부터 내리기 시작해 여러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칸 해변을 거닐던 관광객들도 많이 사라졌으며,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그렇지만 황금종려상을 향한 경쟁이 불붙으면서 싸늘했던 칸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22편 가운데 대부분이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올해 칸의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지난 18일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낭만적인 무드에 빠진 것 같다”고 보도했다. 개막작 ‘문라이즈 킹덤’을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은 한 편도 초청받지 못해 ‘성 차별 영화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13번째 장편영화이자 칸 영화제 8번째 진출작인 ‘다른 나라에서’는 21일 공식 상영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관람객들은 상영 내내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인공 안느 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감독(권해효)이 안느에게 구애하는 장면, 해양구조원(유준상)이 안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깔려 있는 유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가 끝나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위페르의 새로운 모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홍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 묻자 위페르는 “홍 감독은 아침마다 오늘 촬영할 신이 쓰인 시나리오를 건네주었다. 즉흥적인 것 같지만 작업은 오히려 정밀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며 “순수한 즐거움을 동반한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다른 나라에서’에 대해 “프랑스 시네마를 향한 홍상수의 또 하나의 사랑스런 트리뷰트(헌정 작품)”라며 “엉뚱한 동시에 가장 영화적인, 전체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스크린 인터내셔널 10인 평가단의 평점은 4.0점 만점에 2.0점에 그쳤다. 유력 일간지 피가로는 지금까지 공개된 12편 중 9위로 평가했다.
‘다른 나라에서’와 같은 날 선보인 프랑스 알랭 레네 감독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2.6점,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은 2.4점을 받았다. 22일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가운데 독일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러브’와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언덕 너머’가 3.3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폐막식 하루 전인 26일 오후 7시 공식 상영되는 임 감독의 ‘돈의 맛’은 홍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작품 성향이 완전히 달라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관심이다. 통상적으로 폐막식 전날 상영하는 경쟁작은 수상 확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전통 기법을 고수한 임 감독의 카메라 작업은 초청작 가운데 가장 훌륭한 미장센”이라고 극찬해 기대를 갖게 한다.
올해 칸 필름마켓은 그리스발(發) 경제위기와 이상기후로 예년보다 한산한 편이지만 한국영화는 다소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은 프랑스 유력 배급회사인 디아파나, 와일드사이드와 각각 유럽 배급 계약을 맺었고,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은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 판매됐다. ‘건축학개론’도 일본 태국 홍콩 등에 팔렸다.
이탈리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유명 브랜드인 구치와 비영리 필름 보존 단체인 ‘필름 파운데이션’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화질의 4K 디지털 영화로 복원, 28년 만에 다시 칸 영화제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1984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의 복원 필름은 기존 229분의 러닝타임에 20여분의 미공개 장면이 추가됐다.
칸(프랑스)=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