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체성 숨기며 국회 입성하려는 주사파
입력 2012-05-24 18:42
제도권에 진출한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의 언행이 연일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다운 삶을 외치면서도 북한인권이나 체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도 절차를 소홀히 여긴다. 그러다보니 북한을 동포애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선거과정에 부정행위를 하고도 시간을 질질 끌면서 기어코 국회에 입성해 강고한 진지를 확보하려 든다.
통진당 이상규 당선자가 그제 밤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이 그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 시민논객의 질문에 대해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그게 북한에 대한 예의라는 투로 보였다. 그러고는 다음날 다른 인터뷰에서 “공직자에게도 사상의 자유가 있다. 종북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 한쪽 체제를 선택하라는 것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기관이 되려는 사람이 북한을 우리나라와 대등한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처럼 위험하고 불온하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종북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했다.
이들에게 권위와 신뢰를 자랑하는 국제앰네스티의 연례보고서를 읽도록 권하고 싶다. 엠네스티는 어제 발표한 2012년보고서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양이 진행되던 지난 1월 국가안전보위부를 통해 관료 200명 이상을 구금했고, 최대 20만 명이 6곳의 정치범수용소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공개처형과 집단처벌이 자행되고, 수백만 명의 주민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더 이상 ‘사상의 자유’라는 커튼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국가관을 밝혀야 한다. 국민들은 자본주의가 지닌 약점을 보완한다거나, 힘없는 소외세력을 대변한다는 진보정당의 노선은 존중하지만 북한에 대한 그들의 모호한 태도에서 큰 불안감을 느낀다. 통진당은 당내 주사파를 솎아내는 일이 국민들의 믿음을 얻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