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로 민심 얻던 시대 지났다

입력 2012-05-24 18:41

민주통합당에서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야합’ 논란이 한창일 즈음 이·박 두 사람은 대선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 해명했다. 두 사람의 경륜과 추진력·기획력을 감안할 때 전혀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정치에 몸담은 지 오래된 구(舊)정치인이어서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어낼지 여부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공격이 단적인 사례다. 박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다면서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박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하자 “명확한 진술과 육성을 갖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박 전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 연루 의혹도 제기했다. 박 전 위원장이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직후에는 민주당 대변인실이 “‘고소공주’라고 부르고 싶은데 고소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논평을 냈고, 어제는 친박계 인사 2명을 맞고발했다.

박 위원장은 물증 제시는 거부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자세도 아니다. 특히 그는 “대선이 많이 남아 있는데 (물증을) 지금 다 꺼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도 안 된 상태인데, 벌써 박 전 위원장이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대선국면까지 ‘박태규 카드’로 상처를 입히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오판이다. 네거티브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박 위원장은 명심해야 한다. 불과 40여일 전에 치러진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이유도 집권이후의 비전 등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데는 소홀히 하고, MB와 박 전 위원장을 헐뜯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 아닌가.

네거티브는 구태다. 민심을 얻기는커녕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민주당을 겨냥해 종북 세력의 의회진출을 방기했다는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