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라이벌
입력 2012-05-24 18:47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전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다. 109년을 이어온 두 팀의 대전을 ‘고전의 경기’라는 의미의 엘클라시코(El Clasico)로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팬들의 관심이 가장 높아 시청률도 엄청나게 높다. 축구의 귀재로 불리는 메시는 바르셀로나, 호날두는 마드리드 소속이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에도 얼마 전부터 라이벌이 생겼다. 지난해 꼴찌로 추락한 넥센과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LG다. 두 팀은 모두 서울이 연고지역이며 시합 때 마다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해 ‘엘넥라시코’로 불린다.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빅매치를 빗댄 이름이지만 LG팬들은 시큰둥하다. 명문팀인 LG가 신생 넥센과 비교되는 것이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축구에도 맞수가 있다. 바로 수원 삼성과 FC서울이다.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삼성과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FC서울은 경기 때마다 관중석이 다 차 다른 팀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FC서울은 LG그룹에서 분가해나간 GS그룹이 주인이라 프로야구에서 LG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축구에 그대로 옮겨와 FC서울의 팬이 된다고 한다.
축구 한일전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유럽 프로축구에서도 영국과 독일은 앙숙 중의 앙숙이다. 최근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영국팀인 첼시가 독일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승부차기 끝에 4대3으로 눌러 이겼다. 어찌나 흥미가 있었던지 미국에서 G8정상회의를 하던 도중 각국 수반들이 동시에 TV로 이를 지켜보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동안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감격에 겨워 양팔을 치켜든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스포츠뿐이랴. 정치 등 모든 분야에 라이벌 관계인 사람이나 기업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운동경기는 승부가 분명해 승자와 패자가 명백히 가려지는 특징이 있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기업 라이벌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라면, 우유 등 식품산업의 시장뺏기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분명한 점은 라이벌이 강해야 자신도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강해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가 잘 되려면 여당보다 오히려 야당이 더욱 잘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우리 과거 정치사를 봤을 때도 강한 야당이 등장했을 때 정치가 안정되고 국민들이 평안했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