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시진 마운드學’ 잠자던 영웅을 춤추게 하다
입력 2012-05-23 19:17
“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나도 깜짝 놀란다.”
22일 LG와의 투수전끝에 팀 최다인 7연승을 달성한 넥센 김시진(54) 감독이 승리소감에서 밝힌 말이다. 기대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한 찬사를 애둘러 표현한 말이다.
현역시절 두 차례 20승 투수 반열에 오르며 최동원, 선동열과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였지만 지도자로서 바야흐로 최고의 한해를 맞고 있다. 김 감독은 넥센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투수조련에 관한한 이미 인정을 받은 터였다. 넥센은 일견 홈런을 앞세운 화끈한 방망이팀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끈끈한 투수력이 그 바탕에 있다. 팀 평균자책점 3위(3.76)다. 넥센은 7연승하는 동안 16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경기당 실점은 2.3점에 불과하다. 김 감독의 투수운용은 약간 독특하다.
왼손타자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왼손 릴리프를 내보내는 전세계 공통의 계투작전을 그는 거부한다. 넥센은 선발, 중간, 마무리 3명이 9이닝을 책임지게 하는 방식을 쓴다.
5대 3으로 이긴 20일 삼성전과 2대 1로 신승한 22일 LG전에서도 선발과 중간, 마무리 각각 1명씩만 내보냈다. 넥센은 7연승 중 5경기를 3명으로 끝냈다. 가장 많은 5명의 투수가 나왔던 18일 삼성전은 선발 김병현이 4¼이닝 밖에 던지지 못한 탓이다. 김 감독은 “원포인트 릴리프를 자주 쓰다보니 투수들 체력만 소진되고 별 효과가 없었다. 올해는 어지간하면 1이닝을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발 7이닝, 중간 1이닝, 마무리 1이닝이 넥센의 공식이 됐다. 김 감독은 불펜 투수도 선발처럼 로테이션으로 돌린다. “선수들을 믿고 맡기니 책임감도 더 생겼다. 힘이 남아도니 선수들이 서로 나가려고 다툴 정도”라는 게 투수들의 분위기다.
투수진이 실점을 최소화하는 사이 타선에서는 좀처럼 포기란 없다. 올 시즌 역전승이 8차례로 가장 많다. 김 감독은 “지고 있어도 쉽게 주저앉는 경기가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넥센의 목표는 물론 ‘가을 야구’에 초대되는 것. 하지만 “평일 목동구장을 팬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김 감독의 또 다른 바램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