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시작… 후보 12명 ‘판세 안갯속’
입력 2012-05-23 19:10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쫓아낸 이집트 국민들이 23일 역사적인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에 들어갔다.
이집트 인구 8200여만명 가운데 유권자 5000만명은 이날부터 이틀간 치러지는 대선에 참여, 60년 만에 처음으로 군부 출신이 아닌 민선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달 16∼17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가 결정된다. 대통령 당선인은 6월 21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은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카이로의 투표소에서는 수십∼수백명의 행렬 주변을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1만4500명을 동원, 선거 관리·감독에 나섰다. 미국 카터 센터를 비롯한 일부 비영리단체(NGO)도 가세했다.
5000년이 넘는 이집트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또는 ‘무바라크 시대의 관료와 혁명주의자’ 간의 대결이라고 BBC는 23일 보도했다.
12명의 후보 중 선두 주자로 꼽히는 4명은 모두 이슬람주의자이거나 전 정권에서 일한 장관들이다.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자 무바라크 정권 당시 외무장관을 역임한 아무르 무사(76)와 총리 출신 아흐메드 샤피크(71)가 세속주의자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집트 국민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는 소수 콥트 기독교인들이 두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온건 이슬람주의자 아불 포투(61)와 최대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로 내세운 모하메드 모르시(61)는 서민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이 대권까지 잡게 된다면 과격한 이슬람주의와 반(反)서방, 반이스라엘 정책 등으로 중동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친(親)서방 성향의 무사나 샤피크가 대권을 잡을 경우 무슬림형제단과 내각 구성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BBC는 후보자들이 여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3분의 1이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그중 많은 수가 여성들이었다. 또 뉴욕타임스는 “이집트 대선 기간 중 가장 큰 이슈는 범죄 급증으로 인한 ‘경찰력 회복’이었다”며 “모든 대선 후보들이 시민생활의 안전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