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회의 개막… 힘받는 유로채권 도입, 獨 선택은?
입력 2012-05-23 21:51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유럽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강력 거론되는 시점에 열린 것이어서, 유럽연합(EU)이 기존 긴축 일변도에서 성장으로 정책전환을 이룰지 판가름하는 성격이 짙다. 긴축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 참석하는 회의이기도 하다. 유로채권 발행,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기능 강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채권 발행 핫 이슈=올랑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이번 의제의 핵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날 지지를 표명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유로채권은 스페인 등 재정취약 국가가 해외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독일 등 잘사는 나라의 보증을 받아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거꾸로 독일의 자체 국채 발행 금리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에 독일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OECD는 전날 춘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높은 국가부채, 과도한 재정긴축, 낮은 성장 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이 구상을 지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유로채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재정적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장-마르크 아이로 프랑스 총리는 EU의 낙후지역 구조조정기금을 그리스 지원에 전용하자고 제안했다. 구조조정기금은 EU 27개국 내의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금으로 인프라 건설 등에 사용된다.
◇“문제 은행에 직접 수혈하자”=유로존 구제금융기구인 EFSF가 특정국 문제 은행에 직접 대출하는 걸 허용하는 쪽으로 EFSF의 정관을 개정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EFSF가 회원국 정부에만 대출해주고 정부가 다시 자국 은행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일은 각국 금융부문 안정은 해당국 정부 책임이며, EFSF가 직접 대출에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그리스 총리가 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보도되면서 유럽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