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3주기… 봉하마을 바람개비 숲, 추도객 5000여명 몰려

입력 2012-05-23 21:49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을 포함한 15개 광역시·도와 50여개 시·군·구 등 전국 곳곳에서는 전시회, 공연, 학술대회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옆 공터에서는 28도를 넘는 초여름 날씨와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5000여명(경찰추산)의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2시부터 추도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배우 명계남이 사회를 봤다.

추모영상물 시청,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추도사, 4대 종단 추모 종교의식, 추모연주, 유족대표 인사말, 추모글 집단낭송, 참배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노무현이 꿈꾼 나라’를 가슴에 새기는 차분한 추도식이었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과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 등 정당 대표,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한 노무현재단 임원,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도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건평씨의 부인 민미영씨는 “남편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300m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 자신의 집에서 동생 사진만 바라보며 차마 추도식에 참석할 수 없어 눈물만 글썽이고 있다”고 전했다.

건호씨는 인사말을 통해 “3년이 지났는데도 애정과 희망은 지금도 진행되는 것 같다”며 “3년이면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민들 가슴속에 그분이 살아계신 것 같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한완상 노무현재단 고문은 추도사에서 “노무현의 꿈은 자랑스러운 현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탈상을 맞아 그의 꿈을 점검하고 징검다리로 삼아 역사의 진보를 위해 그를 뛰어 넘어야 한다”면서 “3년 탈상을 치르는 오늘 우리는 그분의 향기를 새삼 온몸으로 맡게 된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세대별로 구성된 30명의 시민들이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집단 낭송했다.

노란색 바람개비 100여개가 쉼 없이 돌아가는 봉하마을은 오전부터 추모인파가 몰렸다. 추도식장에 마련된 의자 1400개는 오전 11시쯤 모두 찼다. 추도식장에서 1.5㎞가량 떨어진 마을 입구부터 차량 통행은 금지됐다.

김해=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