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엔 요트물결, 갈빛 바다엔 공룡화석… 한국판 ‘주라기공원’서 열리는 ‘2012 경기국제보트쇼’
입력 2012-05-23 21:55
경기도 화성에서는 바다가 두 개이다. 하나는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푸른 바다이고, 또 하나는 ‘한국판 주라기 공원’으로 불리는 갈색 바다이다. 제부도를 품고 있는 푸른 바다에는 하얀 요트가 둥둥 떠다니고, 띠풀이 지평선을 그리는 갈색 바다에서는 공룡알 화석에서 깨어난 아기공룡이 껑충껑충 뛰어다닐 것 같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012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리는 전곡항은 서해의 일몰이 환상적인 항구로 화성 여행의 출발점. 제부도와 누에섬에 둘러싸인 전곡항은 삼국시대에 해류를 타고 서해를 건너 중국으로 가던 길목 역할을 했다. 지금은 간척으로 육지가 됐지만 전곡항 인근의 항구였던 당성은 신라의 원효가 해골바가지의 썩은 물을 먹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
서해안의 골드코스트를 꿈꾸는 전곡항은 최근 200척의 크고 작은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이 완공되면서 수도권 최고의 마리나항으로 거듭났다. 화성 서신면과 안산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건설되면서 밀물과 썰물에 관계없이 24시간 요트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심도 3m로 깊어 서해안의 여느 지역과 달리 전곡항은 쪽으로 염색한 듯 바닷물이 푸르다.
전곡항에서 체험 가능한 해양레포츠는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소형 딩기요트와 카약 및 래프팅. 초보자라도 2시간의 이론교육만 받으면 바다에서 직접 딩기요트와 카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커다란 돛을 펼치고 바람의 힘으로 바다를 질주하는 크루저 요트는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로망. 간단한 해상안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풍경화의 주인공이 돼 바다를 누빌 수 있다.
누에섬 등대에 해가 걸리면 전곡항은 붉은 물감을 덧칠한 유화처럼 질감이 짙어진다. 전곡항을 출항한 크루저 요트가 제부도를 왕복하는 데는 1시간.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드러나는 제부도 바닷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이 마치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보는 듯 신기하다. 해양레포츠는 인하대 경기씨그랜트 사업단이 운영하는 해양아카데미(032-860-8495)에서 체험할 수 있다. ‘2012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리는 기간에 전곡항을 방문하면 전 세계에서 출품한 보트와 요트를 비롯해 수상스키 등 해양레저장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수상 범퍼카, 제트보트, 크루즈요트, 참수리호 승선, 전통배 노젓기, 스킨 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수평선이 지평선으로 바뀐 갈색 바다도 전곡항의 푸른 바다 못지않게 황홀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삘기로 불리는 갈색 띠풀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송산면 고정리의 시화호 남측 간석지는 본래 바다였다. 1994년 시화호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육지로 바뀐 고정리 간석지는 483만평 규모. 육지화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자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이 사라지고 띠풀이 드넓은 초원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말쯤 새로 돋아나는 초록색 띠풀에서 하얀 꽃이 피면 고정리 간석지는 하얀 파도가 치는 듯 황홀경을 연출할 것이다.
고정리 간석지는 한국판 주라기 공원으로도 유명하다. 1999년에 지질조사를 벌이던 중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에서 12∼14㎝ 크기의 공룡알 화석과 파편 200여 개가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됐다.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된 고정리 간석지는 갯벌 속에 묻혀 있을 공룡알까지 더하면 세계적 규모의 공룡알 화석지인 셈이다.
공룡알화석산지 방문자센터에서 공룡알 화석지까지는 데크를 따라 약 1.5㎞. 공룡알 화석을 품고 있는 붉은 바위 덩어리들은 한염 닭섬 개미섬 등 사람이 살지 않던 무인도. 공룡알 화석은 그 중에서도 한때 누드 사진 촬영지로 유명했다는 누드바위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붉은 색의 역암과 사암층에 박힌 공룡알은 보존상태도 좋아 귀여운 아기공룡이 금방이라도 껍질을 깨고 나올 것만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1억년 전 화성시 일대는 주라기 공원이었다. 2008년 전곡항 방조제에서 나온 길이 1m의 공룡화석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공룡 화석.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각룡류 공룡이란 뜻으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화성시가 이곳에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화성은 청소년을 위한 체험학습지로도 이름이 높다. 전곡항 인근의 하내테마파크(031-357-6151)는 숙박시설과 함께 승마체험장, 챌린지파크, 공예체험장, 곤충박물관, 다도원, 서바이벌장 등을 갖춘 종합수련시설. 고정리 간석지 가는 길에 위치한 자연생태원 미니벅스(031-357-8221)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 곤충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송산면은 포도로 유명한 고장. 전곡항에서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로 가는 도로 주변에는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을 연상하게 하는 포도밭들이 완만한 구릉을 형성하고 있다. 사강리의 샌드리버(031-366-8338)는 한국형 와이너리로 와인 만들기와 시음을 체험해보는 공간.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313번 국도를 타고 송산면소재지에서 309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가 나온다. 전곡항과 탄도방조제로 가려면 송산면이나 대부도에서 301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화성=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