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인가

입력 2012-05-23 18:35


“권력구조개편은 작은 시작일 뿐, 차기 지도자는 미래 먹거리 고민해야”

필자는 한 달여 전 이 난을 통해 현행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차기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우연히도 그 며칠 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대선 경선 후보 출사표를 통해 “집권하면 6개월 이내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호응하듯 유력한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개헌이 필요하며, 한다면 정권 초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며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독재방지에 역점을 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단임제의 한계 때문에 효율적인 국정 수행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권력구조 하에서 권력쟁취를 위한 정치권의 무한투쟁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면서 연임이 가능한 보다 유연해진 대통령제는 향후 대선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 같은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부분 개헌만으로 차기 정치지도자가 소임을 다했다 할 수 없겠다. 부분 개헌은 국민의 행복권 추구를 위한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즉 개헌은 국민 행복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복지는 어떤가. 복지 또한 다가올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쟁점 사안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이든, 선택적 복지이든 복지를 내세워 성공한 정부는 전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복지정책이 경제를 살린다는 논리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분적 진실일 뿐이다. 아직 더 성장이 필요한 한국에서 복지 논쟁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차기 대선 후보들이 역사에 당당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은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다. 대기업만 살아남아 경제지표만 튼실한 그런 경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고, 서민들이 살기 편한 그런 경제다.

해방 이후 격동의 세월 속에서 우리에게도 선견지명으로 나라를 살렸던 지도자들이 있었다.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자. 박 전 대통령은 5000년 가난에서 국민들을 구원했다. 현재 한국경제의 견인차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공업은 박 전 대통령 당시 토대를 닦았던 산업이다. 김 전 대통령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금융위기를 돌파하면서 우리 기업의 체질을 10년 뒤 찾아온 글로벌위기에 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보통신(IT)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정치의 묘미란 적절한 자원 배분이겠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원의 창출 방안을 내놔야 한다.

미래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결국 정치권이 앞장서고 재계를 포함해 국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일 터이다. 그 해답은 결국 우리가 키워낸 인재에 있지 않을까.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모 재벌총수의 혜안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인재활용 방안의 한 예로 의료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젊은 의료진은 유례가 없는 최상급 인재로 포진돼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안정된 직업을 좇아 최우수 인재들이 의과대학을 싹쓸이한 결과다. 이 같은 인재 쏠림 현상으로 넘쳐나는 우수 의료인재를 차세대 먹거리로 활용해야 한다.

외국어와 IT로 무장한 채 해외유학에서 돌아온 인재 활용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IT업계를 더욱 고도화해 한국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보자. 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정부가 밀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우리는 조선소 없이 유조선을 수주하던 벤처 DNA가 있는 민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현행 경제질서에도 수정이 필요하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많아야 실업자 문제도 크게 해소될 수 있다. 대선후보가 되려는 인사들은 이제 이 같은 물음에 답을 내놔야 한다. “무엇으로 미래 국민들을 먹여 살릴 것인가?”

서완석 체육부 국장 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