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신용등급 강등에서 교훈 얻어야

입력 2012-05-23 18:16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22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두 단계 강등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같아진 것이다. 피치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일본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지난해 일본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낮춘 바 있다.

피치는 “일본의 공공부채 비율이 높은데다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일본의 재정건정성 강화 계획은 재정문제에 직면한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일하고, 계획을 이행하는 데도 정치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 재정적자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39%에 이를 것으로 피치는 추산한다. 이탈리아(123%)는 물론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153%)보다 높다. 일본 기관투자자와 개인이 국채의 95%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문제는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었고, 무상복지 혜택이 확대일로에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재정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8%, 2015년 10%로 올리는 방안이 거센 반대여론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 S&P가 최근 “정치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지거나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재정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가·공공기관 부채가 GDP의 71.6%에 달해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무상복지정책 남발, 가계 부채 급증, 빠른 고령화 속도, 정치 리더십 부재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정치권과 국민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을 남의 일로 여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