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사고 사망자가 연간 4만명이라니
입력 2012-05-23 18:17
의료사고로 인해 연간 4만명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의료계에서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이상일·이재호 교수팀이 22일 열린 병원의료정책 춘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진료과정에서 상해를 입는 비율이 9.2%나 되며, 이 중 사망자 비율은 7.4%로 추산됐다. 입원 환자 중 0.68%가 의료사고로 숨지는 셈이다. 이를 2010년 입원환자 수 574만4566명에 적용하면 3만9109명이나 된다. 병을 고치러 갔다가 의료진 실수로 죽어나가는 사람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의 5.7배, 산업재해 사망자보다 18.7배나 많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 교통사고조사반 같은 조직을 병원에 만들거나, 의료계에 산재를 막을 공단 같은 기관을 설치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의료사고가 난 뒤 적절한 대응만 했더라도 살릴 수 있었던 피해자 비율이 43.5%나 된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15%와 2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우리의 환자 안전 후진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외국인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의료 한류’가 정착되고 있는 우리 의료계로서는 부끄러운 실상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일 교수팀은 이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 내부에 의료과오 보고체계를 갖추고, 외부감시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사고를 쉬쉬한 채 내부에서 덮고 넘어가려는 잘못된 관행이 사고 발생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미국 영국 덴마크 같은 선진국은 물론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환자 안전 실태 조사와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의료계는 연구팀의 쓴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의료사고를 당해도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소송을 내더라도 의료 과실이라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의술이 신성한 것이며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질병 치유에 매우 중요하다는 신념을 의료계가 아직 갖고 있다면 앞장서서 전국적인 의료사고 보고체계를 구축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