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섬김을 회복하자] ③ 부천 성문교회
입력 2012-05-23 18:13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나눔 앞장… 소문난 ‘좋은 교회’
지난 19일 오전 10시 부천 상동 성문교회 본당. ‘경로효도잔치’에 30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였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마라타나 워십팀 6명이 무대에 오르자 어르신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고정됐다. 워십팀은 국악과 CCM이 어우러진 ‘희망가’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였고 마술공연과 가야금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 마지막엔 예수사랑봉사국(국장 김유석 장로) 봉사자와 출연진이 모두 나와 ‘어버이 은혜’를 합창했다. 장내가 잠시 숙연해졌다.
공연을 지켜본 박영식(77)씨는 “무용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막상 와보니 분위기가 무척 좋아 보인다”면서 “이처럼 많은 교회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날 푸짐한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한방샴푸와 바디 클랜저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아 든 지재만(82)씨는 “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니 동네에서 소문이 잘 나있다”고 웃었다.
◇지역섬김의 중심에 있는 ‘예사봉’=성문교회의 강점은 8년 전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예수사랑봉사국(예사봉)을 중심으로 반찬배달 이미용 경락마사지 등의 나눔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사봉에는 60여명이 소속돼 있으며, 15개 팀으로 운영된다. 교회에서 매년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사역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봉사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성도들이 예사봉 헌금을 따로 드리기도 한다.
반찬나누기 팀장인 김순애(53·여)씨는 “중동 상동 송내동 부개동 지역 독거노인 20가구에 2주마다 쌀과 국, 반찬 3가지를 제공하는데 매주 20만원씩 든다”면서 “반찬을 해 드리면 그걸로 1개월간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참 아프다”고 말했다. 김복순(63·여)씨도 “반찬을 받는 어르신은 주로 폐지를 줍는 독거노인이나 이혼하신 분들”이라며 “가서 대화를 나누고 기도를 하면 우는 어르신도 있다. 반찬보다 대화에 목마른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미용팀장으로 매달 지역 어른의 이미용을 책임지는 조덕례(49·여)씨는 “8년 전부터 한번도 쉬지 않고 파마와 커트를 해 드리는 데 반응이 좋다보니 새벽 6시부터 찾아와 먼저 해달라는 어르신이 있어 순번제로 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거리나 지하철에서 거부감을 주는 전도보다 찾아가 몸소 베풀고 보여주는 것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방법 아닌가 생각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친구가 되는 교회=예사봉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은 환자다. 매주 화요일 인천 구산동에 위치한 중앙병원을 찾아 장기 환자들을 피부마사지로 위로한다. 또 대성요양병원을 찾아 말기암 환자를 위로하며 부천 베스티안병원에선 이미용 봉사를 펼친다. 언덕위의집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에선 6년 간 목욕봉사를 진행했다.
중증환자를 위한 경락 마사지를 8년째 하고 있는 조은주(51·여)씨는 “환자 중 일부는 물리치료 대신 경락 마사지를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서 “그분들을 섬기면서 몸이 건강할 때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조씨는 “일방적 선포가 아닌 스킨십을 하면서 대화를 하고 하나님을 전하다보니 친숙하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퇴원 후 교회에 등록하시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도의 자발성은 목회자 모범에서=안수집사로 예사봉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최성림(52)씨는 “예사봉이 생동감이 넘치는 이유는 자발적이기 때문”이라며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듯 내 마음에 관심이 있다면 사랑하고 실천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발적 봉사자들의 중심에 예수 사랑이 있기에 교회에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오히려 분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지 않겠냐”고 웃었다.
그렇다면 성도들의 자발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 성도는 “교육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퇴직금 2억원을 미리 받아 전액 헌금하셨다”면서 “예배 봉사 헌금 등 모든 분야에서 목사님의 모범이 성도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