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기극?] 기업공개 과정… 회사 CFO·모건스탠리 ‘부실 공모’ 합작품

입력 2012-05-23 21:53

페이스북의 부실 기업공개(IPO)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바탕이 됐으나 작품성은 떨어지는 싸구려 영화를 관객들은 비싼 돈을 주고 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페이스북 상장의 주연은 페이스북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데이비드 에버스만과 상장 주간사인 모건스탠리 글로벌기술담당 공동대표인 마이클 크라임이다. 여기에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에버스만은 1년 이상 페이스북 상장에 공을 들여 왔다. 그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공모가를 38달러로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JP 모건체이스 등을 제외한 상당수 투자은행들이 가격이 너무 높다며 난색을 표명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례적일 정도로 상장 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은행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

상장 하루 전인 지난 17일 오전, 에버스만은 크라임과 단둘이 가격 결정 마지막통화를 했다. 이후 투자은행들에 공모가를 통보했다, 당일 오후 에버스만은 가격산정위원들과 전화회의를 했다. 아무런 반대 없이 회의는 짧게 끝났고 공모가는 그의 주장대로 38달러로 확정됐다.

금융규제당국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도 바로 가격 산정 과정이다. 상장 9일 전인 이달 9일, 페이스북은 기업설명회 과정에서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한데다 상장이 임박했던 15일에는 최대 광고주인 GM의 광고중단이라는 대형 악재가 불거져 나왔다. 당연히 공모가격을 낮췄어야 함에도 페이스북은 오히려 여러 개의 예상 가격 중 가장 높은 것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모건스탠리의 명성도 크게 훼손됐다. 그동안 대형투자은행의 선도적 입장을 견지했던 모건스탠리는 페이스북 상장 과정에서 보여준 부실한 행태에 대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1억 달러라는 거액의 상장수수료 때문에 부실 상장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페이스북 상장 과정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매사추세츠 주 국무장관 윌리엄 갈빈은 22일 모건스탠리 관계자를 소환해 상장 과정에서의 의문점에 대해 추궁했다. 또 월가의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책임자 매리사피노는 “페이스북 상장과 관련된 이슈를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당국도 페이스북이 일부 특정고객들과만 정보를 공유해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를 파헤치겠다고 주장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