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현 목사의 시편] 스승의 길
입력 2012-05-23 18:47
집단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저리도록 아프게 합니다. 학생들의 폭력 문제를 이제 더 이상 교사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교사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의 한계를 절감하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문제를 경찰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교사가 교육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사가 학생들을 경찰관처럼 수사할 수도 없거니와 법관처럼 재판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교사에게는 폭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학생과 폭력을 행사한 학생 모두에 대한 교육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에게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교사는 폭력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약한 학생들을 보호하고, 부당하게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폭력의 함정으로부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를 건져내야 할 책임이 교사에게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집단폭력 문제는 우리 시대에만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도 요셉이 형제들에 의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폭력과 살인 위협을 당하다가 결국 외국에 노예로 팔려가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의 폭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 요셉은 가장 아름다운 꿈을 이룬 성공적인 인물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방 직후에도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인하여 학교현장이 폭력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순반란사건 때에는 손양원 목사님이 청년들의 폭력으로 두 아들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손 목사님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그 청년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던 것입니다.
교사의 권위는 제자를 향한 사랑과 헌신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양들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선한 목자를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예수님의 사랑의 교수법을 배워야 합니다. 1999년 6월 씨랜드수련원 화재의 불길 속에서 제자들을 모두 구출하고 홀로 순직하신 마도초등학교 김영재 선생님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5월 10일 제주도 수학여행 버스 교통사고에서도 인솔교사 신명선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홀로 순직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교사의 사랑과 헌신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교육은 희망이 있습니다. ‘이 땅의 교사들은 스승의 길을 포기했는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미래를 소망으로 바라보면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이처럼 외로운 스승의 길을 걷는 선생님들의 헌신과 사랑이 폭력의 수렁에 빠진 피해 학생들과 가해 학생들 모두를 구하는 지혜로운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백석대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