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작가 아해, 프랑스 마을 통째로 낙찰 받아

입력 2012-05-22 22:11


외국에서 더 유명한 한국 사진작가 아해(Ahae·71·사진)가 프랑스의 한 마을을 통째로 낙찰받았다. AFP통신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쿠르베피 마을이 아해에게 52만 유로(약 7억7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중부 리모주시에서 약 48㎞ 떨어진 이 마을은 2003년 부동산개발업자가 70만 유로에 사들여 휴양지로 개발하려다 실패해 최근 경매에 부쳐졌다. 마을이 통째로 경매에 나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던 곳이다.

아해는 이 마을을 촬영지로 사용하려 했던 네덜란드 리얼리티 TV ‘엔드몰’과 장애인 주택단지 개발 계획을 갖고 있던 벨기에 기업을 누르고 낙찰받았다. 역사유적지로 지정돼 있는 쿠르베피는 주민이 약 150명으로, 해발 557m 언덕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쿠르베피의 부면장인 베르나르 기엠은 마을이 경매에 부쳐진 것은 주민들에게 “동화 같은 얘기”라며 경매 사실이 세계 언론을 타면서 아시아, 중동, 북미 등 각지의 투자자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언덕 정상에 헬리콥터 발착소를 만들려고도 했지만 주민들은 새 주인이 주변 농경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마을을 낙찰받은 아해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주로 찍어왔다. 주로 자신의 집 창문을 통해 비친 풍경을 렌즈에 담아왔다. 한동안 매일 2000∼4000장의 사진을 찍었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아해 프레스’라는 기업을 만들었다. 이번 낙찰도 뉴욕에 있는 아해 프레스를 통해 참여했다.

아해는 개인 영어 웹사이트에서 “사람이나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방해받지 않고 자연이 본래의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는 유기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1941년 일본 식민지 시절, 교토에서 태어난 아해는 2차대전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30대 초반까지 방송 분야에서 일했으며 이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특허와 상표를 다수 등록시킨 사업가이기도 하다. 개인 웹사이트에서 그는 자신을 발명가, 기업가, 조각가, 시인, 자선가 등으로 표현했다. 태권도는 7단이다.

아해는 3년 동안 프랑스 시골을 창밖에서 내다보고 찍은 사진 전시회를 다음달 26일 파리에서 열 예정이다. 그는 서울을 비롯 뉴욕 프라하 런던 베니스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