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판·부실 현장조사 논란… 車사고 운전자 못찾자 “음주 도주” 8시간만에 숨진채 발견
입력 2012-05-22 19:00
승용차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사고 운전자를 찾지 못하고 철수한 뒤 8시간 만에 운전자가 현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음주운전자가 사고 승용차를 버리고 달아난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종결해 부실한 현장조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백암파출소 경찰관 2명은 지난 16일 오전 2시41분 용인시 백암면 백봉리 17번 국도상 모 레미콘 공장 인근에서의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부서진 테라칸 승용차만 발견했을 뿐 운전자 A씨(47)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52m 진행하다가 도로 한켠에 멈춰서 있었다. 오른 쪽 앞뒤 바퀴 모두 펑크 나고 유리창은 깨져 있었다.
경찰은 차적 조회로 인근 백암면 A씨의 집까지 찾아갔으나 A씨는 집에 없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A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고 ‘음주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보통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운전자들이 현장에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다는 경찰의 섣부른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A씨는 8시간 뒤인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사고 현장 도로 아래 경사진 풀섶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순찰 중이던 수원국도유지관리소 직원이 숨진 A씨를 발견한 것이다.
A씨 시신은 사고 승용차가 처음 오른쪽 가드레일을 받은 곳에서 15m쯤 떨어진 곳이었고, 차량 최종 정지 위치에서는 뒤쪽 37m 떨어진 곳이다.
유족들은 경찰이 현장조사 소홀로 A씨가 숨졌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이 사고현장 주변을 제대로 살펴 병원으로 옮겼다면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방치돼 숨진 억울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경찰관 한 명은 순찰차량의 서치라이트를 이용하고 다른 한 명은 손전등으로 주변을 수색했지만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사고 조사가 적절히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일단 A씨가 자신의 승용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때 충격으로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으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밝히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나아가 A씨 승용차가 다른 차량과 충돌했는지,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했는지 등 여러 사고경위 가능성을 놓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추정시간과 음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용인=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