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하루 남겨두고 다시 1년을 연장하다니… ” 말리 시위대, 과도정부 대통령 폭행

입력 2012-05-22 18:55

최근 쿠데타로 정국 불안이 이어지는 서북 아프리카 말리의 디온쿤다 트라오레(70) 과도정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 난입한 시위대에 폭행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BBC가 보도했다.

말리 군 대변인 바카리 마리코는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붙어 있는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와 대통령을 심하게 구타하고 옷을 찢었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대통령이 머리에 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현재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트라오레 대통령의 통치가 연장되는 것에 항의해 일어났다. 트라오레 대통령의 임기는 이날로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날, 쿠데타 주도자인 아마두 사노고 대위가 서아프리카 경제협력체(ECOWAS) 지도자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총선 준비와 북부 지역 반란 종식을 위해 트라오레 대통령의 임기를 1년간 연장했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 수천 명은 수도 바마코에 있는 대통령 궁 앞에서 “서아프리카 경제협력체 타도” “트라오레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다 대통령궁으로 진입해 대통령을 폭행했다. 말리 군은 이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3명이 사망했다.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난입하는 데는 궁을 지키는 군인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BBC는 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사태가 악화된 것은 사노고 대위가 ECOWAS의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AFP는 보도했다. 그는 ECOWAS의 과도정부 12개월 연장 안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전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종신 봉급과 여타 수당을 받기로 하고 한발 물러섰다. 그가 이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시위대는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제라드 아르도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수요일까지 열리는 ECOWAS 장관모임에서 “ECOWAS의 외교적인 노력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다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ECOWAS가 과도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 연합군을 배치하는 것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