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위탁 취소 부당” 과징금 16억… 삼성 “IT특성 무시” 반박
입력 2012-05-22 22:06
휴대전화 및 TV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정작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잇따른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IT업계 리더가 국내법 준수에는 오히려 등한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어서 기업 신뢰도에도 흠집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22일 삼성전자가 2008년 1월∼2010년 11월 하도급업체에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해 수령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위탁 취소 행위로 과징금이 매겨진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위탁거래 약 150만건 중에서 151개 수급업자에게 위탁한 2만8000건(약 2%)을 납부기한 이후에 취소하거나 물품을 늦게 받아갔다. 발주 취소 금액이 643억83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 정창욱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러한 발주 취소는 삼성전자의 생산물량 감소, 자재 단종, 설계 변경 등의 사유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급업자의 책임이 없는 위탁 취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발주가 취소되면 협력업체는 재고 부담, 미납품 자재 처리, 이자 부담 등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생산계획 차질로 인한 간접 피해도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납부기한이 지나서 목적물을 받음으로써 수급업자에게 지연기간만큼 재고 부담, 생산계획 차질 등 손해를 발생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해 생산계획의 수정이 많은 IT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사”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 수준의 공급망관리체계(SCM)를 갖추고 있고, 협력사와도 전산상으로 연동해 놓고 있다”며 “발주 취소는 시스템(G-ERP)을 통해 적법한 합의 제도인 발주변경시스템(PCR)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발주 취소 비율은 글로벌 선진 기업 수준인 1.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공정위 간 악연은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12일 삼성전자가 LG전자와 세탁기, 평판 TV 및 노트북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적발하고 삼성전자에 258억1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이동통신업체와 짜고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혐의(142억8000만원)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4억원)에 대해 각각 거액의 과징금을 삼성전자에게 매겼다. 삼성전자가 받은 공정위 과징금만 올 들어 불과 5개월 만에 400억원이 넘는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