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8) “병원, 압구정 아닌 한적한 청담동에 세우라”
입력 2012-05-22 17:59
1993년 5월, 나는 서울 청담동에 ‘심영기 성형외과’를 열었다. 애초 개원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명동이나 압구정동을 생각했으나 하나님께서는 뜻밖에도 나를 청담동으로 인도하셨다. 지금과 달리 당시의 청담동은 한적한 곳이라 성형외과 입지로서는 별로였다.
하지만 청담동은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곳임이 분명했다. 일반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야 환자를 모으기 쉽다고 여기지만 그건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었다. 통념을 깨고 그 의원은 번성했고 그걸 발판으로 나는 건물을 마련해 종합병원까지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 정도면 정녕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 아니신가!
내가 청담동에 성형외과를 열게 된 과정을 알면 누구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분께 간구하면 좋은 길을 열어주신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은 성형외과 자리를 찾아보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압구정동 일대를 돌다가 청담동까지 가게 됐다. 근데 이상하게 그곳에 개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도 선뜻 동의하면서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이상야릇한 말을 했다. 나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 성경공부모임에 참여하는 몇몇 사람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을 돌듯이 청담동 일대를 수시로 오갔다. 일주일쯤 그랬을까, 한 깨끗한 건물 2층의 임대광고가 눈에 띄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곧바로 계약을 했다. 개원 준비를 하면서 나는 하나님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헤브론 기도실’이다. 그러자 성경공부를 같이 하는 형제들이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기도실에서 찬양하고 기도하는 게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이와 함께 성형외과 문을 열면서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또 하나 시도한 게 있다. 교회나 기도원 전화번호를 0191(영혼구원)이나 0691(영육구원) 9182(구원빨리) 등으로 하듯이 뭔가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담은 번호를 쓰고자 한 것이다. 마침 한국통신에 근무하는 후배가 있어 부탁을 해봤다. 그러자 그 후배는 515-1191을 추천하면서 ‘오 일어나 일일이 구원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이 번호를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청담동의 ‘심영기 성형외과’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개원 후 처음에는 일반인들의 상식대로 환자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경과 신앙서적을 읽고 사람들과 영적인 교제를 나눌 시간적 여유가 많아 더 좋았다.
심영기 성형외과에 본격적으로 환자가 몰려들기 시작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목사들 가운데서도 몸에 새긴 문신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이들을 돕기 시작하면서다.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주님의 종으로 거듭난 이들을 돕는데 내 의술을 쓰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겠다 싶어서 30% 정도의 비용으로 레이저 시술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 그 내용이 국민일보에 보도되자 환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당시 레이저 시술은 매우 고가여서 아무나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환자들이 크게 늘자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가 없어도 조금도 괘념치 않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하니 하나님이 예쁘게 보신 것인가 싶었던 것이다. 거기다 심영기 성형외과를 위해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기도 응답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때의 나에겐 환자가 적어도 하나님의 은혜였고, 많아도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런 차에 신앙생활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