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압수수색 이후] 반발하는 구당권파… 버티기냐 집단탈당이냐

입력 2012-05-22 18:49

이석기, 김재연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등이 출당 위기에 빠진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당선자를 따라 집단 탈당을 감행할지, 아니면 당내에 남아 반전을 모색할지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구당권파는 당원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6월말 전당대회 때까지 ‘버티기 작전’을 지속하면서 활로를 암중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다시 찾아오는 데 전력투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병윤 당원 비대위’를 앞세워 신당권파에 대한 비난에 주력하면서 물밑으로 세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당원 비대위가 당권을 재 장악하기 위한 구당권파의 당 대표 경선 캠프란 말이 나온다.

구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22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7만5000명 진성당원 중에 우리가 수적으로 우위임은 확실하다”면서 “전당대회가 열리면 표결집도에서 유리한 만큼 (당권 재 장악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에서 구당권파의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족해방(NL)계열 주사파 세력들 가운데서도 경기동부·전남연합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직이 신당권파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분석에서다.

따라서 구당권파가 전당대회를 전후해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출당으로 현역 의원 신분이 보장되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 함께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김선동(전남 순천·곡성), 오병윤(광주 서을) 당선자가 합류해 현역 국회의석 6석을 보유한 ‘제2의 주사파 정당’을 만드는 방안이 구당권파 내에서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당이 만들어지면 19대 국회 4년간 137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매년 19억6000만원씩 네 차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 각각 19억6000만원 등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 구당권파는 “종북주의 주사파 이미지를 꼬리표로 달고 당을 창당할 경우 ‘종북당’으로 낙인찍혀 구당권파 세력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병윤 당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대선을 앞둔 진보정당 탄압”이라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비난했다. 그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은 몇 가지 사례만 예시했을 뿐 정확한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고 재차 신당권파에게 책임을 돌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