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숭례문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입력 2012-05-22 18:08
2008년 2월 10일, 한 노인의 어이없는 방화로 숭례문을 잃었을 때 국민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국보 1호를 지키지 못한 자괴감은 곧 숭례문을 멋지게 다시 짓자는 의지로 바뀌었다. 문화재청 역시 전통재료와 기법을 사용하고, 문루 주변의 성곽을 이어 붙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3월 9일 복구 작업의 절정인 상량식을 성대히 갖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제 공개된 감사원의 ‘문화재 보수 및 정비사업 집행 실태’를 보면 자칫 또다른 참화의 우려를 낳게 한다. 문화재청이 2009년 7월 숭례문복구자문단 기술분과회의에서 ‘지붕 강회(剛灰)다짐층’이라는 방식의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설계를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회다짐층은 누수와 기와 침하 방지에 효과적이지만 2008년 화재 때에 보았듯이 내부의 불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장애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이같은 지적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도입된 지붕 강회다짐층은 방수효과가 뛰어나고 차량통행으로 인한 진동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어 1994년부터 ‘문화재수리 표준시방서’에 규정하고 있으나 숭례문 복원에는 사용하지 않는 대신 보토(補土)를 두껍게 하거나 강회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쓴다는 것이다. 상량식 후 아직 기와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숭례문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복원 후의 관리를 누가 맡느냐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책임이 있어 숭례문 역시 서울 중구청이 맡고 있다. 문제는 2억6000만원의 예산으로 국보 1호의 관리를 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의 도움을 구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은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두 기관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제3의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숭례문처럼 상징성이 높은 중요문화재는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