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무기의 진화
입력 2012-05-22 18:06
지난해 12월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보잉사나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산학기관들과 협력해 개발 중인 미래형 무기들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마치 공상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놀랍도록 혁신적인 형태’의 무기들이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예컨대 기어를 조작하면 비행기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4인승 자동차라든지 한번 띄우면 5년간 1만8000m 상공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태양열 무인 정찰기 ‘솔라이글(SolarEagle)’ 등.
물론 이 외에도 현재 개발되고 있는 미래형 무기는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미래형 무기의 핵심은 스텔스와 로봇으로 집약된다. 스텔스 기술은 이미 전투기와 함정에 적용되고 있지만 곧 지상 무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BAE 시스템스사가 5년 내 실전배치를 목표로 스텔스 탱크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와 이지스함의 경우 스텔스는 특수 페인트 등을 이용해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탱크는 부착된 전자 센서를 이용해 주변 환경과 비슷해 보이도록 색깔을 바꿔 스스로를 은폐한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하면 병사들의 위장복에도 적용돼 ‘스텔스 솔저’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극적인 것은 로봇의 활용이다. 지금도 무인항공기(drone 또는 UAV)가 실전에서 활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견마’ 같은 수송 및 탐지, 정찰용 로봇이 개발된 상태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의 BAE 시스템스사가 이달 초 시험비행을 실시한 자동비행 전투기.
영국 일간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무인 전투기는 사람이 원격 조종하는 기존 UAV와 완전히 다르다. 탑재한 컴퓨터가 비행조종부터 미사일 공격 등 인명살상행위까지 ‘알아서’ 한다. 말하자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로봇’, 곧 터미네이터다. 이에 따라 아무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 해도 기계가 자체 판단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게 윤리적·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궁극의 무기(ultimate weapon)’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을 게 거의 분명하다. ‘인간은 자신을 전멸시키지 않는 한 계속해서 무언가를 파괴하는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쉽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것을 진보라고 부를 것’(존 에드워즈, ‘진화하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