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팀 아버지 황준석 목사, LA흑인 폭동 20주년 '한국인과 흑인간 화해와 평화' 위해 외길 20여년

입력 2012-05-22 18:10


[미션라이프] ‘한국인과 흑인간 화해와 평화’를 부르짖는 목회자가 있다. 북미주 친선협회(The Friendship Council of U.S.A.) 회장 황준석(64·미국 필라델피아 큰믿음제일침례교회)목사. 가수 팀(황영민)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20년간 미국에서 한국인과 흑인 사회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외롭고 힘든 사역을 펼쳐왔다.

“한인동포들이 흑인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흑인들을 무시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1992년 L.A. 폭동 때 한인 동포들이 희생양이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황 목사가 이 사역에 나서게 된 것은 75년 필라델피아 한인교회협의회 총무로 5년간 일하면서 한·흑 분쟁을 보게 된 게 단초가 됐다. 한인 동포가 흑인에게 불이익과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목회자로서 의협심이 발동한 것이다. 지역 한인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협의회에 흑인 지도자의 한국 방문 프로그램 주선을 요청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황 목사는 L.A. 폭동 한해 전인 1991년부터 모두 11회, 흑인 지도자의 한국 방문을 주선하고 인도해 왔다.

황 목사의 이런 뜻이 알려지자, 한국교회의 협조도 줄을 이었다. 서울 명성교회가 5번이나 체재비를 후원했고, 왕성교회와 화광침례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예장 합동 총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미주복음주의선교회가 각 1번씩 숙식 및 행사비를 도왔다.

“흑인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와 기도원을 방문하고 포항제철·현대 및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등 산업시설을 돌아보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천안 독립기념관과 비무장지대, 제암리교회, 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본 뒤에는 ‘한국인에게도 이런 고난의 역사가 있었구나’하며 동질감을 느끼며 친한 인사로 바뀌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어려움도 뒤따랐다. 사심 없이 궂은 일을 하고 무료 체재비를 주선했지만 재정이 뒤따라주지 않아 방한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1995년 이 사역을 본격화하기 위해 ‘북미주 친선협회’를 창설했다. 2000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오바마 대통령 종교자문인 케빈 존슨 목사를 포함한 31명의 흑인 지도자들을 인솔해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이 이어지며 필라델피아 지역에선 한·흑 갈등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올해는 흑인 사회의 도움으로 한인 동포 2세가 필라델피아 시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지요. 흑인 지도자들이 이번 가을엔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미국 필라델피아에 초청하고 싶어 합니다. 세계 선교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하는 마음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한인 교포가 흑인을 상대로 돈을 벌었으니 흑인 사회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또 한인 교포가 미국 주류사회에 빨리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마르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등 흑인이 인권 투쟁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한인 동포들의 생존권과 대한민국의 국익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삼성·현대·기아·LG 등의 상품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흑인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인 교포들은 백인과 흑인 갈등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명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25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는 고난의 역사를 서로 겪은 한국인과 흑인이 동질감을 갖고 세계 선교에 함께 나선다면 선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그동안 도와주신 한국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흑인 목회자들이 아직도 많다. 이 프로그램에 후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미국 610-203-6968, p5hwang@yahoo.co.kr).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