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일반 공무원은 해임 등 중징계 받는데… 경찰은 ‘계급강등’ 보호막
입력 2012-05-21 11:45
음주운전 경찰관에 대한 ‘계급 강등’ 처벌이 음주운전 척결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7월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해임과 정직의 중간 단계인 ‘계급 강등’을 추가했다. 경찰은 이후 음주 교통사고를 냈거나 단속에 적발된 경찰관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총 53명의 계급을 한 단계씩 강등시키는 상황이다.
2010년 7월 이후 음주운전에 따른 계급 강등 경찰관은 서장급인 총경이 1명,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이 1명, 계장급인 경감이 2명, 파출소장급인 경위 19명, 경사 24명, 경장 5명, 순경 1명 등이다. 이들은 계급강등, 호봉승급 및 징계기록 말소기한 연기라는 불이익을 받았다.
문제는 ‘해임’보다 낮은 ‘계급 강등’이 신설되면서 경찰관 음주운전이 더 늘었다는 점이다. 2010년 75건에 머물던 경찰관 음주단속 건수는 지난해 80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종로경찰서 한 파출소에서만 경찰관 2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올해만 벌써 34명의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동료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경찰관이 잇따르자 지난 1월 전국 경찰관 전원에게 내부망 공지와 개인 이메일을 보내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청장 명의의 특별경보를 통해 “가정을 파탄시키고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경찰의 이 같은 징계완화는 다른 공무원이나 일반인과 비교할 때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들은 음주단속에 걸리면 해임 등 징계수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11년 10월 말 과거 음주운전 공무원 18명을 소급 징계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행정 공무원 김모(55)씨는 “경찰의 계급강등 신설은 신분증을 믿고 알게 모르게 음주운전을 하는 경찰관들에게 음주면허증을 사실상 내준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민 박모(49)씨도 “사고만 나지 않으면 웬만한 음주운전은 경찰관들끼리 눈감아 주는 게 현실 아니냐”며 “사법권을 가진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은 다른 직종보다 엄중히 처벌해야 옳다”고 말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경찰, “강등제도로 경찰 음주운전 늘어난 것 아니다” 밝혀]
본지는 지난 5월 22일자 9면 「경찰은 ‘계급강등’ 보호막」제목의 기사에서, “음주운전 경찰관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계급강등’ 제도가 신설되면서 오히려 경찰관 음주운전이 더 늘었다”라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강등제도’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경찰공무원 징계규정에 신설한 것이며, 이로 인해 경찰관 음주운전이 더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