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망… 수사 차질 불가피

입력 2012-05-21 21:55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이고 2008년 중국으로 도피한 조희팔(55)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와 범죄수익금 환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으로 도피했던 조씨가 지난해 12월 18일 현지 호텔에서 구급차로 이송되던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씨의 장례식은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시신은 같은 달 21일 중국 옌타이(煙臺)시 인근 장의장에서 화장된 뒤 23일 국내의 모 공원묘지에 안치됐다.

경찰은 중국 의사가 발행한 사망증명서와 숨진 조씨의 얼굴이 찍힌 장례식 영상을 입수했으며, 인터폴 공조 수사를 통해 사망증명서를 발급한 의사로부터 조씨 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조씨의 유족이 12월 19일 급히 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으로 출국한 기록도 확보했다. 조씨 유족은 피해자들이 유골을 훼손하거나 보복할까 우려해 사망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화장돼 유전자 감식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사망을 위장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조씨 사망과 관계없이 범죄피해액 환수를 위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4년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에 10여개 다단계업체를 차린 뒤 “안마기 등 건강용품 판매 사업에 투자하면 연 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5년간 투자자 3만∼4만명으로부터 4조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10여명은 자살하거나 화병으로 숨졌다.

조씨와 공범 3명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08년 11월 충남 태안 해안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당시 조씨가 수사 무마와 밀항 편의를 위해 경찰 간부들에게 거액의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청은 지난 1월에야 대구경찰청 K 수사과장이 조씨 도피 직전 조씨와 9억원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 전보 조치했다.

최근 검찰이 중국 옌타이시에서 지난 2월 검거된 운영위원장 최모(55)씨와 사업단장 강모(44)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지만 조씨 사망으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조씨의 사망을 믿기 어렵다”며 사망을 위장했거나 타살됐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어 사망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