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산 다리미 2.3배 폭리… FTA 효과 허무는 유통구조
입력 2012-05-21 18:57
공정위·소비자원 41종 조사
한·EU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전기다리미 수입·유통업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2.3배가량의 폭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EU브랜드 수입 전기다리미 41종의 유통구조, 판매점별 소비자가격, 한·EU FTA 전후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해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기다리미 수입·유통업체의 수입가격 대비 유통수익 비율(유통수익률)이 129.6%로 파악됐다. 평균적으로 수입업체가 3만6600원에 반입한 전기다리미를 5만4103원에 중간상인이나 소매업체에 팔고, 최종 소매업체는 소비자에게 8만4027원에 판매했다. 부가세를 포함한 실제 소비자 가격은 9만2430원으로 수입가격보다 2.5배로 더욱 벌어졌다.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일각의 의혹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EU산 전기다리미는 지난해 7월 한·EU FTA가 발효된 뒤에도 장기간 수입가격이 내려가지 않다가 올해 뒤늦게 다소 하락했다. EU산 전기다리미 수입가격은 FTA 발효 전인 지난해 2분기 평균 3만9012원에서 4분기에는 4만87원으로 오히려 올랐다가 올 1분기에 3만3109원으로 내려갔다. 올 들어 FTA 효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자 수입업체들이 뒤늦게 가격에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 기타지역에서 생산돼 국내에 들어온 전기다리미는 올 1분기 가격이 지난해 2분기 가격보다 9.6% 오르면서 전체 수입가격 상승(5.1%)을 부채질했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나광식 팀장은 “수입산 전기다리미 중 국내 시장점유율이 40%로 가장 높은 필립스 제품이 전량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수출되고 있어 기타지역 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유럽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싸게 공급하는 대신 기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은 올리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판매점별 소비자가격 추이를 보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16개 모델 가격은 동일 제품이 가장 비싼 판매점 가격의 62.2% 정도로 저렴했다. 백화점 온라인몰의 14개 모델 가격도 오프라인 매장의 81.9% 수준이다.
소비자원은 “오픈마켓의 경우 가격 수준이 가장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A/S)도 제대로 제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을 통한 구매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