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비웃듯 스마트폰값 뻥튀기 여전… 출고가 91만원짜리 일주새 3분의 1 토막
입력 2012-05-21 21:47
스마트폰의 출고가 뻥튀기가 여전하다. 일부 제품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출고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뚝 떨어져 팔릴 정도다.
21일 주요 휴대전화 커뮤니티들에 따르면 팬택이 지난 11일 출시한 KT용 베가레이서2 제품은 현재 할부원금 25만∼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처음 출고가는 91만3000원이었다.
할부원금은 고객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내야 하는 실제 금액이다. 예를 들어 30만원의 할부원금으로 2년 약정을 맺으면 소비자들은 통신요금 외에 단말기 가격 30만원을 24개월간 한 달에 1만2400원씩 나눠 내게 된다.
출고가가 일주일여 만에 3분의 1로 떨어진 것은 KT와 팬택이 보조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출고가를 높여놨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93만5000원에 출시된 LG전자의 옵티머스 롱텀에볼루션(LTE)2 역시 최근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29만원까지 떨어졌다. 출고가가 100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는 할부원금 30만원 이하에도 팔리고 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출고가를 부풀려 실제로는 정상가격에 팔면서 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에 4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현장에선 출고가 뻥튀기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실제 가격이 63만90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S를 통신사와 제조사가 서로 짜고 94만9000원짜리 고가폰으로 둔갑시킨 뒤 그 차액을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여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판촉활동의 일환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출고가 뻥튀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판매방식이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휴대전화 값을 깎아준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을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인할 수 있고, 제조사 입장에선 ‘비싼 만큼 고급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제조사들이 서로 고급제품임을 내세워 출고가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관행도 출고가를 부풀리는데 한몫 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대인 제품의 경우 제조사와 통신사 보조금이나 장려금이 70만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약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더 많이 주고 싶어도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대형 제조사들보다 돈을 많이 쓰지 못한다”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얹어줘 어차피 소비자들이 싸게 사는데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