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환의 삶과 신앙] 비바! 부부생활
입력 2012-05-21 18:26
어느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사랑했던 여성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프고,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단다. 그런데 그 여인이 나와 결혼해서 부부로 살면 내 머리가 아프단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약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두통약이란다. 어제(5월 21일)는 둘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 이었다. 1995년 창원의 한 목사부부에 의해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출발된 민간운동이 2007년 대통령령으로 정착된 것이 부부의 날 유래이다.
올해도 가정의 달을 맞아 많은 행사들과 모임들이 이어지고 많은 가족들이 외식을 즐기며 가족애를 나누는 광경들이 눈에 띈다. 요즘 가족 외식자리에서 건배하는 부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배사는 “해당화”란다. 뜻인즉, “해가 갈수록 당신과 화목하게”라는 것인데 사이가 안 좋은 부부들도 건배할 때 “해당화”를 외친단다. “해가 갈수록 당신만 보면 화가 나”의 의미로.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축복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것이 부부의 만남의 축복이라 하겠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온 땅에 충만하라!”는 창세기의 원초적 축복에 충실하려면 부부애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부부들의 행복이 그렇게 쉽게 이루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해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높아만 가서 세계 2,3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그 중에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던 커플들의 황혼이혼이 늘어만 간다. 이러한 때 건강한 부부들을 위한 특별한 비결은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모든 위기에는 출구가 있다. 침착하게 위기의 현상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2010년 세계인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칠레의 한 구리광산 광부매몰사건의 예에서도 그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지하 700m의 갱도에 33명의 광부들이 갇히게 되었는데 그들은 ‘우르수아’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위기가운데 허둥대지 않고 “원칙을 지켜 희망을 만들자”는 다짐으로 서로 단결하여 마침내 69일 만에 지상으로 모두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었다. 그들을 살렸던 원칙이란 아주 단순한 것 들이었다. “나보다 우리를 우선한다. 매일 매일 작은 승리가 이어지게 한다. 희생과 양보를 우선으로 한다. 우리가 구조될 수 있고 가족들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내일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들은 이 작은 원칙들을 스스로 지켜서 마침내 자신들의 삶도 구원해 내고 ‘비바 칠레’의 모습을 온 세계인에게 감동으로 보여주었다.
비바 칠레의 희망의 기적처럼 오늘의 위기의 결혼생활을 구출해줄 단순한 원칙 같은 것은 없을까. 네 가지의 원칙을 말하고 싶다. 첫째, 서로 존중하라. 상대방의 변화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말고 상대방이 가진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부부 불화는 상대방의 변화를 지나치게 압박하면서 시작하게 된다. 상대방의 변화를 압박하기보다 그가 생긴 모습대로 인정받고 수용될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둘째, 서로를 즐겨라. 행복한 부부는 서로를 즐긴다. 취미도 관심도 인생의 과정을 함께하며 즐긴다. 그러나 불화를 겪는 부부의 특징은 따로국밥과 같다. 서로의 관심사나 취미생활이 전혀 일치하지 않고 함께할 관심이나 여유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서로 대화하라. 어느 관계에나 적용이 되지만 특히 부부관계에서 강조된다. 익숙한 사이 일수록 머리로 들으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듣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넷째, 서로 성장하며 헌신하라. 부부관계는 이인삼각의 게임처럼 두 사람을 묶어 놓고 달리는 게임이다. 서로간의 보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공평한 기회와 상대를 위한 평등한 헌신이 필요하다. “모두가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인간의 낙원이라” 찬송가 가사 중 한 토막이다. 모두가 일하며 한 상에 둘러앉아야 한 식구 공동체이며 낙원이라 말할 수 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