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미래銀회장에 형 부당이득 받은 의혹… 청와대 행정관 대기발령
입력 2012-05-21 21:58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의 형에게 부당이득을 챙겨준 의혹이 제기되면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정·관계 로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김 회장이 2010년 말 법정관리 중이었던 경기도 용인의 S병원을 매입한 뒤 청와대 행정관의 형인 김모 원장에게 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빚을 줄여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이 있던 김모 행정관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청와대의 살림살이를 도맡는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다. 합수부 관계자는 “조만간 김 행정관을 불러 저축은행 퇴출저지에 관여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김 행정관을 대기발령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행정관은 의혹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무원 행동강령상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기발령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행정관은 그러나 “형이 미래저축은행과 거래한 것은 내가 청와대 근무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저축은행 퇴출과 관련해 청탁·로비 받은 적이 없다”며 “다만 미래저축은행에 형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은 1990년쯤 서울시 재직할 때부터 김 회장을 알고 지냈으며 자신의 형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엔화 대출을 60억원가량 받았는데 상황이 어려워 미래저축은행과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은 저축은행 대주주 개인의 위·탈법 행위에 대한 사실 확인을 마무리하고 불법자금의 사용처 추적단계로 넘어가는 분위기로 읽혀진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에 대한 정·관계 로비 수사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초점이 정·관계 로비로 맞춰지면서 수사는 18일 구속된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입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여진다. 평소 김 회장이 마당발로 알려진 임 회장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정·관계 로비상대를 물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합수단은 서미갤러리 홍송원(59) 대표가 2010년 자신이 보유한 미술품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에 돈을 빌려 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인 5일 돌연 해외로 출국해 의혹을 사고 있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