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왜 아직도 북한 추종인가

입력 2012-05-21 19:17


우리나라 현대사에는 미스터리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공산권의 총체적 몰락과 경제난으로 다 죽어가던 북한을 왜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돈과 물자를 퍼주어 기사회생시켰는가 하는 것이다. 그 탓에 지금 남한은 물론 세계가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발 위협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커다란 미스터리가 있다. 어째서 21세기 대명천지인 아직까지도 북한 추종세력이 남한에서 준동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이야말로 ‘20세기 인류 역사의 최대 실패작’ 가운데 하나임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는가.

사회 전반에 퍼진 從北 행태

바야흐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종북 주사파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공식 활동하게 됐다고 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3대 세습, 핵 개발, 참혹한 인권상황 등을 결코 반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문제”라고 일갈한다. 일단 일차목표인 금배지를 더 쉽게 달기 위해서는 ‘작전상 후퇴’하는 시늉이라도 할 법한데 끝까지 북한을 ‘배신’하지 않는 모습은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이들의 국회 진입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까지 된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다. 몇몇 지역구민을 위시해 전체 유권자 중 218만명이 이들이 속한 통합진보당에 투표했다. ‘야권 연대’라면 종북 주사파든 뭐든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종북 주사파가 당권을 쥐고 있던 통진당만 친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아니다. 제1야당이라는 민주통합당도 한몫 단단히 거든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기도 의회를 주도해 6·25때 북한군에 협력하다 처형된 부역자들에 대한 추모·위령사업을 벌이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민주당측은 “이념이 아니라 인권문제”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군은 여전히 우리의 분명한 적이다. 연평도 포격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이 그런 적을 도운 반역자, 이적세력에 대한 추모를 나서서 추진하다니 가당치도 않다.

친북·종북 행태는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검찰이 17일 밝힌 데 따르면 종북활동을 하다 처벌받은 사람들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언론 기자부터 민항기 조종사에 병무청 직원, 심지어 장병들의 반공교육을 담당하던 정훈장교 출신까지.

도대체 이들은 왜 북한을 동경하고 추수(追隨)하는가. 북한의 실체를 잘 몰랐던 해방 당시라면 또 모른다. ‘실패한 국가’ 북한의 혐오스런 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도 ‘자생적 종북주의자’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인가.

시대착오적 迷妄 부수려면

이른바 ‘민족 정통성론’에 근거한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인정해서일 수 있다. 또 북한을 독재 유지에 이용해온 과거 남한 정부에 대한 반발 탓일 수도 있다. 양극화 현상 등 현재 남한 사회의 각종 모순에 대한 반감으로 대안을 찾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남한에서 출세를 포기하고 북한에 조력해 적화통일 후 한자리 하려는 계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지는 것과 유사하게 자신도 모르게 ‘김일성교’ 신도가 됐든지.

이런 원인 분석이 일부라도 옳다면 그에 근거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그 외에도 지도자급 인사들의 잘못된 현실인식 또는 비현실적인 정치적 수사(修辭) 역시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한 것이 한 예다. 실제로 남북한 간 이념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원인 분석에 따른 대책 마련과 별개로 지도자급 인사들의 이런 그릇된 발언부터 삼가야 북한 추종이라는 시대착오적 미망(迷妄)을 부술 수 있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