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시스템 붕괴 막자” 美·英, 사상 첫 대비책 논의
입력 2012-05-21 18:55
미국과 영국이 사상 처음으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은행시스템의 붕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 안에서 국경을 넘어 예금을 보호해주는 범유럽예금보증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뱅크런(대량예금인출사태) 우려가 고조되는 등 유럽 위기감이 팽배해짐에 따라 선진국 정상들과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런 방안들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선진국 정책결정자들이 그만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금융감독기관 및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양국간 비즈니스 연계가 밀접한 7개 은행을 대상으로 유사시 공동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영국의 중앙은행과 금융서비스기구, 미국의 연방예금보험사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이 대비책은 ‘톱다운 구제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정부 당국이 망한 금융사를 인수한 뒤,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런 톱다운 방식은 세계를 경제위기로 내몬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과 영국은 자신들이 모델을 세울 경우 다른 나라도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FT는 전했다.
범유럽 차원의 은행예금 보증제는 기존의 국가 예금보증제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WSJ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그러나 이 구상이 얼마나 진전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SJ는 뱅크런 사태가 올 경우 EU 역내의 대대적인 예금 이동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없다는 점을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지도자들은 23일의 브뤼셀 특별유럽정상회담을 앞두고 5000억 유로(747조원) 유럽구제금융기금을 해당 국가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은행에 직접 수혈하고, 유로존이 유로채권을 공동 발행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유로채권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아이디어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구입하는 방안도 어젠다에 올라있다. 모두 유로존 정책의 칼자루를 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하게 반대해 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 G8 정상회담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성장정책이 주요국 정상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이후 힘을 얻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정상회담 이틀째인 19일 따로 만나 유로존 경제를 살리기 위해 ECB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