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中 출신 ‘건평 패밀리’가 출자, 돈세탁 등에 활용된 페이퍼컴퍼니

입력 2012-05-21 19:13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70)씨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돈 흐름의 핵심에 전기안전기기업체인 KEP가 있다. 검찰은 KEP가 사실상 노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하고 있다. 창원지검은 통영지역 공유수면 매립허가 관련 비리 의혹 사건에서 노씨가 KEP로부터 돈을 수억원씩 가져갔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KEP 명의로 2006년 1월 박연차 전 회장의 태광실업 소유 김해시 진영읍 땅을 5억7000만원에 사들여 복토와 함께 용도를 변경해 공장건물을 지었다. 이어 2007년 5월 33억원에 이를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건평씨는 14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챙겼다.

KEP는 노씨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모(71)씨의 권유로 2005년 설립됐다. 대구 출신인 김씨는 노씨와 함께 새마을지도자로도 활동하며 서로 의견이 잘 맞았다고 한다. 김씨는 김해 일대에서 작은 공사를 하는 전기기술자 등을 끌어들여 KEP를 설립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영입했다. 이사로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 정승영(62)씨, 노씨(진영중 12회)의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철업자 박영재(57·진영중 23회)씨 등이다. 대표로는 이모(56·진영중 25회)씨가 등재돼 있다.

자본금은 이씨와 그의 동생, 정씨 등 4명이 냈다. 이들은 모두 노씨의 진영중학교 후배들로 사실상 ‘건평 패밀리’에 해당한다. 모두 노씨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사실상 이 회사는 노씨가 주인인 셈이다. 특히 이씨는 1991년 경남도의원에 출마했으며 당시 노씨가 선거사무장을 맡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KEP가 노 전 대통령 재임 전성기에 설립된 것으로 보아 김씨 등은 노씨를 통해 관급전기공사를 도맡을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노씨가 워낙 주목을 받으면서 실제 공사 수주액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김해 일대에서 도로포장, 상하수도 공사 같은 관급공사의 하도급을 주로 맡아 한 해 100억원 정도의 실적을 올렸다.

따라서 검찰은 KEP가 형식상으로는 전기공사를 하는 업체이지만 실제로는 노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받은 돈을 세탁하는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용도로 사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