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남성, 부부관계 겁먹지 마라… 허리통증 예방·치료

입력 2012-05-21 17:30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허리건강이 부부관계를 좌우한다고 여겨 허리가 아플 때 부부관계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척추질환 전문가들은 “척추 수술 직후가 아니라면 통증을 이유로 부부관계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허리가 아프다고 부부관계를 기피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 시 요통을 느낄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부부관계를 피할 것이 아니라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통증 없이 부부관계를 즐길 수 방법을 찾는 노력이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부부의 날’(21일)을 계기로 부부관계 시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부부생활에 ‘파워 존’ 스트레칭 효과 있다=허리디스크를 비롯한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은 부부관계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도 잘만 하면 오히려 요통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치료 중 금욕을 하면 부부 간 친밀감이 약해지고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에 좋은 치료를 받더라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며 “척추 수술 직후이거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부부관계를 무조건 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부부관계를 통해 평소 잘 쓰지 않는 허리근육을 사용하면 운동과 스트레칭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

고관절을 중심으로 배, 허벅지 등 몸의 중심부를 말하는 ‘파워 존(Power Zone)’의 허리근육에는 허리 앞쪽으로 굽혀주는 ‘복근’과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많이 취해 복근을 주로 사용하고 디스크 압력 역시 한쪽으로만 몰리게 된다.

부부관계 시 허리를 움직이면 척추 및 주변 조직들이 골고루 움직여 허리 강화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는 행위는 일상생활 중 운동부족과 잘못된 자세로 인해 자칫 약해질 수 있는 신전근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평소에도 허리디스크가 심하지 않을 경우 틈틈이 허리를 적당히 뒤로 젖히는 신전 자세를 취해주면 척추를 뒤쪽에서 붙잡고 있는 인대가 디스크(추간판)를 안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척추 뼈 사이에서 빠져 나온(탈출된) 디스크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1.5㎞ 걷기 무리 없다면 부부생활 가능=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은 “부부관계 시 느끼는 통증이 척추질환 진단에 참고가 되기도 한다”며 “부부관계 중 상위에 있는 사람이 엉덩이 통증을 느낀다면 허리디스크, 허리 쪽에서 묵직한 통증을 느낄 경우엔 척추후관절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척추후관절은 척추를 뒤편에서 지지하는 관절이다. 이곳을 지나는 미세한 척수신경이 눌리거나 관절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통증이 척추후관절증후군이다.

허리디스크는 허리와 엉덩이, 다리로 퍼지는 방사통과 마비가 나타나지만 척추후관절증후군은 문제를 일으킨 척추관절 주변 부위의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만 통증이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부부관계 중 장시간 상위에 있을 때나 허리를 젖힐 때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의심하고 즉시 척추질환 전문병원을 방문,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허리통증이 있어도 스스로 부부관계가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엎드려서 허리를 들었을 때 약 5분 동안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지 않는지 기다린다. 별다른 통증이 없다면 부부관계를 가져도 큰 지장이 없다. 평소 요통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부부관계 시 허리에 부담을 덜 주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병원장은 “가급적 상위 체위를 피하고, 통증을 느낄 때에는 체위를 바꾸어야 한다. 요통 환자들은 부부관계 시 하위 또는 측면 자세가 서로에게 부담을 적게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