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오인 쉬운 ‘섬망’ 발병 수수께끼 풀었다… 연대 김재진 교수팀 세계 첫 규명
입력 2012-05-21 17:30
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약 10∼20%에서 보일 정도로 흔한 뇌질환, ‘섬망(delirium)’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국내 의료진이 푸는 데 성공했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은 ‘fMRI’ 검사를 이용, 섬망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두 개의 뇌기능 부조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더 아메리칸 저널 오브 사이키아트리(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5월호에 게재됐다.
fMRI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만을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에 양전자단층촬영(PET)처럼 뇌기능상의 변화까지 볼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한 진단장비다. 또 섬망이란 혼돈(confusion)과 비슷하지만 심한 과다행동(예를 들어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행위)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 방향감각 상실, 피해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큰 외과 수술 후 회복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실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김 교수팀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섬망 환자들의 뇌기능에 정상인과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70대 초반의 섬망 환자들과 정상인 22명을 대상으로 fMRI 검사를 각각 실시한 뒤 두 집단 간 뇌 부위별 기능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섬망 환자군의 경우 정상인군과 달리 신체 운동 및 시각·청각반사와 의식 상태 조절에 관여하는 대뇌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신호전달 및 연결기능이 끊어져 한쪽 부위만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음을 알게 됐다. 섬망 환자들은 이와 함께 이성(理性)을 관장하는 전두엽 바깥쪽 부위와 기본적 인지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연결기능도 매끄럽지 못했다.
김 교수는 “섬망 환자의 대부분은 70대 이상 고령 노인들이어서 같은 시기에 발병하는 노인성 치매로 오인되기 쉬운데 fMRI 검사를 하면 이 같은 오인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조기진단에 의한 완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