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두 바퀴 위에 실은 몸, 국토와 하나가 되다… 개통 한 달 4대강 국토종주자전거길
입력 2012-05-20 20:06
강물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그 위에 자전거와 사람이 가볍게 춤춘다. 강바람은 작은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를 자전거와 사람이 탄다. 파도 속에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 때론 관조자가 된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나는 왕이요, 신하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4대강 자전거 길이 나를 부른다. 인천 서해갑문에서 시작된 4대강 자전거 길은 한강을 지나치고 문경새재를 넘어 을숙도까지 이어져 있다. 내일(22일)이면 개통 한 달이 되는 그 길을 따라가 봤다. 총 연장1757km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이곳에도 내리막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다. 직선 구간도 있고, 곡선 구간도 있다. 산길도 있고, 강길도 있고, 논길도 있다. 하지만 도심처럼 급할 것 없다. 자동차처럼 빨리 달려야 할 이유도 없다. 산을 친구처럼, 강을 친구처럼, 바람을 친구처럼 함께하며 천천히 천천히 가기만 하면 된다. 세상사가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지라도 이 길만큼은 급할 것 없다.
거기엔 여유가 있고, 건강이 있다.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도 서로 다르지만 두 바퀴 위에 몸은 실은 남녀노소 그들은 모두 친구다. 금강 자전거길에서 만난 성재권(48)씨는 “허리 통증도 없어지고, 당뇨도 좋아졌다”며 자전거 예찬론을 폈다. 상주보 옆을 달리던 이재관(52)씨는 “자전거를 통해 건강을 얻었고, 친구를 만났다”고 말했다.
가다가 지치면 쉬어가면 된다. 정 힘이 들면 타지 않고 끌고 가도 된다. 다른 사람을 추월할 이유도 없다. 추월당해도 기분 나쁘지 않다. 다이내믹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옆에 두고 하늘을 끌어 안듯 드러누운 사람도 있다. 두 바퀴 위에 실은 몸은 자연의 일부분이 된다. 세상사를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시기와 질투도, 탐욕도 없어지리라.
사진·글=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