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 열린 전시’ 작품·열정 위주의 기획전… 북촌의 새로운 갤러리 ‘나무 모던&컨템포러리’

입력 2012-05-20 19:56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바로 옆에 갤러리 ‘나무 모던&컨템포러리’가 최근 들어섰다. 헌법재판소와 담벼락을 나란히 하고 있는 이 갤러리는 열린 공간, 열린 전시로 북촌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400년 된 향나무가 있어 갤러리 이름을 ‘나무’로 지었다. 향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도록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전시장 한쪽에 흙 공간을 두었다.

디자이너 출신의 최은주 관장이 직접 설계한 현대식 건물의 전시장은 계단을 공간 가운데에 설치해 관람객들이 오르내리며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레스토랑 ‘콩지팟지’가 있는 2층 테라스에 오르면 헌법재판소의 정원과 근처 한옥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시장 외부에서도 쇼 케이스와 유리벽을 통한 영상 전시 등으로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엄숙하고 권위적인 갤러리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친절하고 편안한 문화공간을 지향하면서 전통과 현대, 건축과 미술, 예술과 관람객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갤러리를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은 젊은 연인, 가정주부, 직장인 등 다양하다. 젊은 작가 중심의 전시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도 늘어나고 있다.

5월 말까지 진행되는 ‘제1회 NAS 2012(Namu Jeune Artist Show 2012)에는 김선태 김성수 박찬길 사타 윤현선 이자연 임진세 조현익 등 유망 작가 8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선태의 작품 ‘안락한 장소’는 은박을 산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김성수의 ‘사슴’은 박제된 동물을 통해 인공미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에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리는 박찬길의 ‘관계를 바라다’는 도시인의 분열과 상실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고층 빌딩 옥상에서 사람이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담은 사타의 ‘SaTark’는 개인적인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도시에 존재하는 두려움과 공포, 이에 맞서는 용기와 진실 등을 표현하고 있다.

윤현선의 ‘메멘토’는 곧 잊혀져버릴 기억들을 화면에 차곡차곡 쌓았고, 이자연의 ‘경계선’은 욕망으로 인해 정체성을 잃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조각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검은 비닐봉지처럼 흔하고 가볍지만 무거운 존재감을 드러낸 임진세의 ‘분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이중주를 철판에 옮긴 조현익의 ‘오필리아’ 등 작품들이 독특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갤러리 측은 소속과 출신에 관계없이 작품성만으로 승부하는 작가, 자신의 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 위주로 캐주얼하고 신선한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최 관장은 “질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시장에 나오지 못했던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부담 없이 사서 집에 걸어둘 수 있는 작품 전시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02-745-220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