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107년만에 챔스리그 첫 우승… 명품GK 체흐 ‘닥치고 수비’ 완성

입력 2012-05-20 19:44

20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첼시(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2011∼201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우승트로피 ‘빅이어’를 놓고 벌인 세계최고 클럽 대항전에서 최고의 별은 첼시의 명수문장 페트르 체흐(30·체코)였다. 체흐는 이날 페널티킥을 3개나 막아내는 등 뮌헨의 파상공세를 무력화시키며 첼시에 107년 만에 창단 첫 우승컵을 선사했다.

첼시는 체흐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뮌헨과 연장전 포함 120분의 혈투 끝에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 승리해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뮌헨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지만 체흐의 ‘거미 손’은 뚫지 못했다. 슈팅수 6-24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의 수많은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킨 체흐의 활약으로 첼시는 전·후반 90분을 1-1로 맞서는 데 성공했다.

첼시는 연장 전반 4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파울로 뮌헨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체흐는 뮌헨의 ‘캡틴’ 아르옌 로벤의 슈팅을 정확하게 방향을 읽어내며 몸으로 막아냈다. 그의 활약은 승부차기에서 절정에 달했다. 2-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체흐는 상대 네 번째 키커 이비차 올리치의 슈팅을 왼쪽으로 넘어지며 손으로 쳐냈다. 이어 체흐는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도 정확하게 방향을 읽어내며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체흐의 손에 걸리지 않았지만 골문 구석을 향해 깊숙이 날아가던 공은 결국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어 첼시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드로그바가 슛을 성공하면서 승부차기는 첼시의 4-3 승리로 끝났다.

체코가 낳은 명수문장 체흐는 준결승에서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FC바르셀로나의 화력을 잠재운 데 이어 통산 5회 우승을 노리는 뮌헨의 공격 예봉마저 꺾으며 ‘별들의 전쟁’ 최고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2004년 첼시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체흐는 그해 최소 실점 신기록을 세웠고, 이듬해에도 2년 연속 우승으로 조제 무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시대의 황금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레딩과의 리그 경기 도중 상대 공격수 스티븐 헌트와 부딪히며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뒤 과감성을 잃었다. 이때부터 공포심을 억제하기 위해 헤드기어를 착용했지만 부상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실책이 늘었다. 체코 대표로 참가한 유로2008 대회에서도 그는 부진을 이어가며 평범한 골키퍼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체흐는 이번 무대에서 최고의 선방으로 다시 일어서며 ‘거미 손’의 부활을 알렸다. 그것도 그의 생일 전날에 펼쳐진 경기에서 말이다.

체흐는 “6개의 페널티킥 중 3개를 막아냈다. 우승을 한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막 소리를 지를 뿐”이라며 감격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