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출가’가 말하는 연극의 모든 것… 데뷔 20년 맞은 연극 연출가 위성신의 ‘연극 페스티벌’

입력 2012-05-20 19:45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연출가 위성신(45·사진). 1992년 8월 극단 한강의 ‘산타 히로시마’로 이름을 알린 그는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을 소극장 무대에 꾸준히 올렸다. ‘베스룸’ ‘벤치 위의 세 남자’ ‘동물원 이야기’ ‘상처와 풍경’ ‘싸움’ 등으로 위성신연극제를 올리기도 했다. 2009년부터 서울 대학로 축제소극장을 전용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 곳곳에 들어선 대형 공연장에 대기업과 투자회사들이 아이돌이나 스타들을 캐스팅해 무대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위성신은 20년 동안 소극장 레퍼토리를 개발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는 소극장 공연들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꾸준히 장기 공연되는 것들이 즐비하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고,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관객의 반응이 뜨거운 작품으로는 뮤지컬 ‘락시터’가 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솔직한 연극쟁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술집-돌아오지 않는 햄릿’을 꼽는다.

그가 연출한 작품으로 연극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뮤지컬 ‘퍼펙트맨’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들을 내년 1월까지 서울 정동 세실극장과 대학로 무대에 올린다. 2001년 ‘위성신은 거북이를 좋아한다’를 시작으로 ‘위성신의 러브 페스티벌 사랑한 DAY’ ‘부산 가마골 소극장 초청 위성신 연출전’에 이은 네 번째 개인 연극제다.

그가 2001년 첫 연극제를 기획했을 때 연극계에서는 “젊은 연극인이 이름도 거창하게 무슨 연극제를 여느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시에는 연출가 오태석이나 희곡 작가 이강백 선생님 정도의 경력이 돼야 연극제를 열 수 있는 시대였다”며 “하지만 나이 들어 회고전을 하는 것보다 열정이 살아 있을 때 연극제를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성신의 작품은 2시간 이상 공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우들이 힘들어 할 것 같지만 즐기면서 공연한다. 연출가와 배우 사이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마케팅을 욕하고 싶지는 않지만 스타 배우들이 소극장 무대에 선다면 힘겹게 소극장 무대를 지켜온 배우들로선 자괴감이나 허탈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연출가로서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출가로 산다는 것은? “무대를 올리는 제 자신은 행복하지만 가족들에게는 고통을 요구하는 직업이에요. 20년 세월 동안 묵묵히 인내하고 이해해준 아내에게 특별히 감사해요.” 좋은 작품들이 잘 알려지지 않아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할 때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좋은 작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