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광청, 뉴욕서 약식 회견… “몸과 마음 추스르려고 미국에 왔다”

입력 2012-05-20 19:22

“중국 정부는 나에게 공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했다. 중국을 떠난 것으로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중국 정부가 나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지 모두 감독해주기를 희망한다.”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이 지난달 19일 산둥성 이난(沂南)현 둥스구(東師古)촌 집에서 탈출한 뒤 딱 한 달 되는 날 미국에 입국했다. 천광청은 19일(현지시간) 오후 8시30분쯤 자신이 머무를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뉴욕대(NYU) 교직원 아파트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최근 7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많은 도움과 함께 시민권도 허용했다”고 감사를 표시하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한 데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흰색 티셔츠와 카키색 바지 차림의 천광청은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고 있었고 제롬 코언 박사는 회견 내내 옆에서 그를 지켜봤다.

천광청은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을 출발한 지 열두 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6시쯤(현지시간)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미 뉴저지주(州)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2명이 천광청과 동승했고 NYU 미국·아시아법 연구소 제롬 코언 소장 등이 공항에서 그를 맞았다. 천광청은 NYU 법과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법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앞서 천광청은 19일 오후 6시쯤(현지시간)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을 떠났다. 지난 2일 미국 대사관에서 나와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천광청은 이날 오전 중국 관리들로부터 갑작스런 통보를 받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중국 당국은 천광청에게 여권 신청 3일 만에 신속하게 여권을 발급해줬다.

그는 출국 직전 AP통신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남은 친족들에 대한 걱정 등 많은 생각 때문인 듯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은 그가 이번 미국행으로 중국에 돌아갈지가 불투명해졌으며 중국 인권운동가로서의 입지도 줄어들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