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중국 지도부, 재산공개 언제쯤?
입력 2012-05-20 19:26
“당 중앙은 방법을 강구하지만(中央有想法), 하부 조직은 감히 법을 어기고(基層敢違法), 인민들은 아무 방법이 없다(人民沒辦法).”
중국예술연구원에 몸담고 있는 유명 문화학자이자 작가인 우쭤라이(吳祚來)가 최근 웨이보에 띄운 글이다. 중국예술연구원은 국무원 문화부 직속으로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 연구를 담당하면서 석·박사 교육도 맡는다.
이렇게 비꼰 그의 글은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당 지도부가 국민 생활과 관련된 사안을 놓고 아무리 떠들어도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들)은 무력감을 느껴야 하는 현실을 잘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시라이 사건’은 중국 정치권에 일찍이 없었던 충격파를 몰고 왔지만 이뿐 아니다. 일반 국민들이 당 간부들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접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당 간부들의 재산 공개 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개혁파인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최근 광둥성 당 대회에서 간부 재산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인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당 간부들의 재산 공개가 공론화된 역사는 벌써 18년이나 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실권을 쥐고 있을 때인 1994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재산 공개를 위한 입법 계획을 세웠다. 95년에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규정도 제정됐다. 하지만 그뿐이다.
왜 그럴까. 지난 2008년 지방 정부 7곳은 재산 공개를 추진했다가 당 간부들의 엄청난 반발을 맛봐야 했다. 정치 개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이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철도는 000, 석유화학은 000, 보석 사업은 000’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000’에는 현재 최고 지도부에 있거나 여기에 속했던 인사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가 지난주 재산을 전격 공개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이 부패를 몰아내고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게 우리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다. 인민들이 “아무 방법이 없다”고 낙심하게 그냥 둬서는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