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대 가짜석유 팔아온 ‘기업형 조폭’ 적발

입력 2012-05-20 19:21


수도권 일대에서 폭력조직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100억원어치의 가짜석유를 팔아온 ‘기업형’ 조직폭력배와 다른 폭력조직과 보복전쟁을 벌이려 한 서울 강북지역 폭력조직의 조직원 100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회종)는 폭력조직 ‘봉천동식구파’ 조직원 55명과 ‘답십리파’ 조직원 45명을 적발, 봉천동식구파 행동대장 김모(41)씨와 답십리파 행동대장 김모(41)씨 등 20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나머지 조직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검거해 엄벌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봉천동식구파는 2005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19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1100억원어치에 달하는 유사석유 7000만ℓ를 팔아 조직자금을 마련한 혐의다. 이들은 유사석유를 50% 이상 비싼 정상유류로 속여 팔았으며, 1인당 평균 5만원 주유한 것으로 환산할 때 연인원 220만명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봉천동 일대 폭력조직 봉천동사거리파와 현대시장파가 통합·결성한 봉천동식구파는 유흥주점·불법오락실 운영, 사채업 등을 주된 자금원으로 삼다 2004년 이후 대규모 유사석유 판매와 대형상가 이권 침탈 등으로 사업을 대규모화하며 조직을 확장했다.

답십리파는 지난해 6월 자신들의 조직원을 폭행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을 집단으로 폭행해 전치 12주의 상해를 가하는 등 보복폭행과 청부폭력을 행사하고, 배달시킨 통닭이 덜 익었다는 이유로 배달원을 때려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서민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답십리파는 과거 퇴폐이발소, 유흥업소, 윤락업소에서 돈을 갈취하거나 조직원을 유흥업소에 취직시켜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형태에서 도박장 등 사행산업과 윤락업, 사채업 등을 직접 운영하며 조직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봉천동식구파가 2001년, 답십리파가 1980년대 후반 결성돼 범죄단체구성죄의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2006년 신설된 범죄단체활동죄를 적용해 다수의 조직원을 사법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폭력조직들이 정예요원으로 인원을 최소화하는 ‘슬림화’와 거대 폭력조직이 지역별로 세분화하는 ‘분파화’ 함에 따라 조직 간 합종연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뭉치면 엄벌’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