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 당권레이스 1라운드 ‘대세론’ 꺾고 압승

입력 2012-05-20 23:30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을 위한 첫 투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김한길 후보가 20일 울산 상공회의소에 열린 6·9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한 것이다. 이른바 이해찬 후보의 ‘대세론’을 꺾은 것으로, 향후 경선 레이스에서 당권을 거머질 발판을 마련했다. 당초 1위로 예상됐던 이해찬 후보는 추미애, 우상호 후보에도 뒤진 4위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195명의 대의원이 참여해 2표씩 행사한 투표에서 103표를 획득했다. 추 후보는 61표, 우 후보는 52표를 얻었다. 이어 이해찬 48표, 강기정 40표, 조정식 38표, 이종걸 33표, 문용식 15표로 집계됐다. 이해찬 후보 캠프가 당초 울산 투표에서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초라한 결과다.

이날 투표자는 전체 대의원 1만 8000여명의 2% 정도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역할 분담론이 나온 이후 바닥 민심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역할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의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친노 세력이 강한 울산에서 친노가 미는 이해찬 후보를 상당한 표차로 눌렀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역학구도가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해찬 후보로서는 경선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해찬 후보 캠프는 전국 조직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투표 결과로 21일 부산과 22일 전남·광주 지역 투표 결과가 관심을 모으게 됐다. 이 지역에서도 김 후보가 바람을 이어갈 경우 당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이어 대구·경북(24일)과 대전·충남(25일) 투표도 변수다. 두 지역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김 후보는 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울산 승리를 이변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더 큰 이변의 시작일 뿐”이라며 “민심과 당심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는 트위터에 “첫 날은 미흡했지만 내일 부산에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뽑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투표가 30%, 당원·시민 투표 70% 비율로 반영된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