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해법 찾나] 美·佛 “성장” 협공에… 獨 나홀로 “긴축” 역부족
입력 2012-05-20 19:13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발표된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성장’과 ‘긴축’ 경제정책 기조의 충돌과 혼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금융시장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그 조치는 각국의 처한 입장에 따라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유럽에서 재정적자 감축정책이 확고히 추진되면서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구절도 있다.
하지만 유럽 금융위기 해법의 무게 중심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성장 정책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상들은 공동성명의 첫 구절에서 “우리의 긴요한 의무는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대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하게 성장 정책을 압박했다. 그리스 위기가 악화돼 유럽 경제가 곤두박질칠 경우 미국 경제 회복세가 다시 꺾일 가능성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요를 진작하는 전통적인 정책기조를 이제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성장 우선 정책에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좀 더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주문하는 대다수 정상들과 예산삭감을 통해 재정 건전성 회복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단독으로 맞서는 구도였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도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이전에 비해 긴축을 강조하는 정도가 완화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결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유럽에도 미국식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상들은 성장과 함께 재정건전화와 경제구조개혁이라는 기존 이행 합의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며 위기 해법에서 긴축을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성장과 긴축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자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상들 간에 성장에 중점을 두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공동성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 이번 회담을 통해 취임 후 처음 외교무대에 데뷔한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주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담에서 단일 유로채권 발행을 제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G8 정상회의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23일의 EU 회동에서 성장을 위한 모든 방안을 얘기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런 전제에서 출발해 유로채권을 언급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혼자만의 구상이 아니라 G8에서도 공감대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올랑드는 앞서 독일이 유로채권에 대한 반대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가 채권을 직접 사들여 해당 정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배병우 특파원 손영옥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