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저축銀, 400억대 건물 영업정지 앞두고 92억에 넘겨

입력 2012-05-20 23:02

한국저축은행이 영업정지 1개월 전에 400억원대 건물을 특수목적법인(SPC)에 급히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저축은행은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SPC가 건물을 인수할 수 있도록 65억원을 편법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20일 한국저축은행의 이 같은 편법대출 의혹과 대주주 및 경영진의 회삿돈 횡령 여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 및 채권자 등에 따르면 한국저축은행은 영업정지 1개월 전인 지난달 초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세이브시티’ 건물(사진)의 지하 1층과 2∼8층 소유권을 Y주식회사에 92억원을 받고 급하게 팔았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연면적 7900평의 8층 상가 건물인 세이브시티의 공시가격은 400억원 가량이다. 이 건물의 1층과 3층은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경기저축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이 건물에 수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A씨는 “한국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다는 걸 미리 알고 공시지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급하게 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말에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의 Y주식회사가 불과 2개월 만에 92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한 경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Y주식회사는 건물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한국저축은행으로부터 인수대금의 약 70%(65억원가량)를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이 영업정지되기 전에 급하게 건물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에 편법대출을 해주고, 이 중 일부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이 부실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SPC를 만들고, 이 SPC에 편법대출을 해준 대가로 사례금을 받는 식이다. Y주식회사는 현재 건물을 처분하려고 인수대상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주식회사 측은 한국저축은행 편법대출 의혹에 대해 “저축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은 정상적인 대출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고객 예금을 투자해 사들인 건물을 제값도 못받고 헐값에 매각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예금주와 건물 채권자 등에게 돌아간다. 채권자 A씨는 “한국저축은행 측에 건물 매매대금, 채권인수 여부 등 약정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판을 청구하라’고 버티면서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정현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