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춘근] 서태평양에 이는 激浪, 대비책은?

입력 2012-05-20 18:04


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서해로부터 제주도 남쪽의 동중국해를 지나 대만 남쪽의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 북부, 그리고 타이 만에 이르기까지 서태평양 전 해역에 산재한 작고 큰 섬들에서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 분쟁 중에는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기할 점은 거의 모든 분쟁의 한쪽 당사자가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한국 영토인 이어도를 자신의 섬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대만 북쪽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섬에서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전개하고 있다. 대만해협은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위기상태가 지속된 지 이미 60년도 넘었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군사력을 통해 개입할 것을 천명한 상태이며, 군사력을 통해 대만을 점령하는 식으로 통일을 이룩할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浮上 따른 분쟁 증가

또 중국 어선들은 2011년 8월 중국 군함의 비호를 받으며 베트남의 석유 탐사선 케이블을 잘라버리는 조치를 취했고, 베트남 국민들은 중국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분노했다. 케이블 절단사건 이후 베트남은 인도 해군이 베트남의 항구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러시아와 함께 베트남 앞바다의 유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이후 중국보다 필리핀에 훨씬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카보로 산호초(중국명 황옌다오)에 중국 국기를 꽂으려 했고, 이로 촉발된 영유권 분쟁이 지금도 지속 중이다. 양국은 해군을 동원해서 대치중이며 두 나라 사이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관광 산업까지 피해를 입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중국의 압력에 당황한 필리핀은 미국 해군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으며, 남사군도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함대의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왜 이처럼 동아시아의 바다에서 전쟁과 분쟁의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힘을 통한 중국의 부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서태평양 전체를 중국의 바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적으로 풀자는 필리핀의 제안을 즉각 묵살하기도 했다.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자신의 바다라고 표시한 지도를 보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분노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중국은 사실상 서태평양의 모든 섬들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 증강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확보에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만들었다. 중동에서 실어오는 석유의 안전한 수송을 위한 해로(海路)의 안전 확보, 더 나아가 그 매장량이 엄청난 것으로 예상되는 서태평양 해저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시급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해로의 안전과 바다의 자원에 유념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가 중국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도 해로의 안전이 중요하고 센카쿠 섬 부근 해저의 검은 황금을 결코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 중국이 센카쿠를 힘으로 빼앗으려 할 경우 일본은 군사력으로 이를 저지하려 할 것이다. 이미 2010년 12월 센카쿠 인근 해역에서는 중국과 무력분쟁에 대비한 대규모 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똑같은 입장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해로의 안전과 자원 확보 문제는 문자 그대로 사활적 국가이익이다. 우리의 화물과 석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이 끊임없이 통행하는 서태평양의 격랑에 대비하는 조치 중 하나가 제주 해군기지를 조속히 건설하는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