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문에 휩싸인 이석기 특별사면 배경

입력 2012-05-20 18:07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와 소위 진보진영 전체,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금배지 지키기’ 행보가 가관이다. 21일 오전 10시까지 비례대표 후보자 사퇴 신고서를 중앙당에 제출하라는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하더니, 김재연 당선자와 함께 슬그머니 당적을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옮겼다. 제명이나 출당 등 징계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통진당의 경우 당원에 대한 징계 권한을 소속 광역시·도 당기위가 갖고 있는데, 서울시당은 신당권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당은 경기동부연합 세력이 강한 곳이다. 어제는 당규에도 없는 ‘당원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초법적 기구 발족을 강행했다. 장기전 채비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그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북한과 아무런 연계가 없으며, 야권연대를 파괴하려는 불순세력이 있다는 등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았다. 북한의 3대 세습 체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주사파가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 합법적으로 종북 또는 친북 활동을 하게 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실화된 데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그를 특별사면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03년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수감 중이던 그는 대법원에 상고한 지 6일 만에 상고를 취하했고, 그해 광복절 특사 때 가석방됐다. 그는 청와대 쪽에서 기결수는 확실히 사면할 의지가 있다고 해서 상고를 취하하고 징역형을 받아들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2005년 광복절 특사 때는 복권됐다. 그가 지난 4·11 총선에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조치 때문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통상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법무장관이 실무를 담당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며, 법무장관은 강금실씨와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들은 공안사범인 그를 두 차례 특별사면한 경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종북 인사들에 대한 특사는 국법질서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